글로벌 반도체업계가 사물인터넷과 자율주행차량, 클라우드컴퓨터 등 IT 혁신 열기에 새로운 황금시대를 맞았다
커넥티드 기기와 빅데이터의 확산, 자율주행차량 개발 경쟁과 스트리밍 서비스에 필요한 서버 수요 급증 등으로 삼성전자와 인텔 도시바 퀄컴 등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반도체 전문 시장정보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최근 9개월간 주요 반도체 메모리인 낸드플래시메모리와 D램 가격은 각각 27%, 80% 급등했다.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 등의 기기에서 콘텐츠를 저장하는 스토리지 반도체다. D램은 전자기기들의 멀티태스킹 속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낸드플래시와 D램 모두에서 시장을 지배하는 삼성전자는 최근 호황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삼성의 지난해 4분기 전체 영업이익에서 반도체는 약 54%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3년 전의 24%에서 크게 높아진 것이다. 지난 6개월간 삼성 주가는 30% 이상 상승했으며 최근 수주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등 다른 반도체 메모리 업체는 물론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 램리서치 등 반도체 생산장비 공급업체들도 실적 호조에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전자기기의 두뇌가 되는 로직 반도체는 현재 개인 컴퓨터에서 약 75달러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아마존닷컴과 페이스북 등이 사용하는 데이터서버용으로는 무려 4000달러 이상에 팔리고 있다.
IHS마르키트는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업계 연매출이 3520억 달러(약 398조 원)로, 2003년에 비해 배 가까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한편 10년간의 업계 인수·합병(M&A)과 새 반도체 개발비용 급증으로 신규주자의 진입 장벽이 더욱 높아졌다. 그만큼 반도체업체들은 진공청소기처럼 돈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인텔이 지난해 550억 달러 매출로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 지위를 유지했다. 심지어 인텔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용 반도체 부문에서 실패를 겪고 있음에도 전반적인 시장 호황 혜택을 봤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삼성이 403억 달러로 그 뒤를 이었고 퀄컴은 154억 달러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정은승 반도체연구소장(부사장)은 “하나의 새 스토리지 반도체 개발에는 무려 15년이 소요된다”며 “이에 대부분 경쟁사가 개발을 포기했으나 우리는 결코 연구를 중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오늘날 거의 모든 전자기기와 가전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가트너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4년 TV에서 디지털 온도계에 이르기까지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기기 수가 38억 개에 달했다. 올해는 그 수가 84억 개로 늘어나고 2020년에는 204억 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브릴 우 D램익스체인지 리서치 이사는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소비자들은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일부 기기 구입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서스쿼해나파이낸셜의 메흐디 호세이니 선임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은 지난해 아이폰7보다고 가격이 100~200달러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 중 메모리 가격 상승분이 50~6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IHS마르키트에 따르면 삼성의 신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8의 메모리 가격은 이전 모델보다 10달러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