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프랑스 대선이 마무리된 후 이르면 6월 초 기준금리 정상화를 시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ECB가 부양책을 거둬들일 시점에 대한 전망을 앞당기면서 긴축모드가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지난주 47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대부분이 오는 27일 정례통화정책회의에서 ECB가 기준금리나 자산매입 규모에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빠르면 6월 초 통화정책에 대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수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8명의 이코노미스트는 당장 이번주 회의에서 ECB가 포워드 가이던스를 수정할 것으로 점치기도 했다. 사실상 ECB가 당초 시장의 전망보다 6개월 더 빨리 포워드 가이던스 변경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1이 ECB가 이번주 정례통화정책회의에서 경제 성장에 대한 리스크에 대해 하방 압력에 대해 무게를 두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상·하방 압력이 균형을 이뤘다고 표현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응답자의 60%가 올해 9월 ECB가 긴축정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8년 상반기에 본격적으로 긴축에 나선다고 전망한 응답자 비율도 종전보다 5%P 늘어난 93%나 됐다.
긴축에 대한 전문가들의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는 최근 몇주간 ECB 이사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면서부터다. 실제로 ECB 집행이사인 브느와 꾀레는 지난주 개인적으로 이같은 경제 리스크에 대한 표현을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긴축과 관련한 논의를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1차 투표 결과로 프랑스 대선을 둘러싼 시장의 우려가 다소 누그러진데다 유로화 가치가 최근 회복세를 보이면서 드라기 총재가 긴축카드에 대해 힌트를 시사하지 않겠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날 프랑스 대선 1차 투표는 중도신당 에마뉘엘 마크롱이 1위를,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이 2위를 차지했다.
앨랜 맥퀘이드 메리옹캐피탈 이코노미스트는 “(긴축으로 인한) 큰 충격이 없다면 ECB는 점진적인 속도로 통화완화 정책 치우기를 시작하고 싶어할 것”이라면서 “ECB는 프랑스 대선이 완전히 끝난 이후 포워드 가이던스를 바꾸기 시작해 9월 독일 총선 이후 긴축의사를 밝히고 그 다음에 채권매입 규모를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오는 27일 ECB가 긴축과 관련해 시사점을 남길 것인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게 됐다.
하지만 시장이 현재 유럽 역내 가장 큰 리스크로 보고 있는 프랑스 대선이 변수가 될 가능성이 남아있어 ECB가 당장 이번 회의에서 긴축을 시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내달 7일에 치러지는 2차 결선 투표에서 마크롱이 르펜을 이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테러가 잇따르면서 극우성향의 르펜이 2차 결선투표에서 선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주말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회의에 참석한 ECB 정책위원들은 프랑스 대선 후 유로화 가치 급등락과 같은 시장의 반응을 대비해 유동성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크리스토퍼 매티스 스파카세 수에드홀스타인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르펜의 최종 당선될 경우 이로 인한 심각한 (경제) 하방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성명서의 문구나 정책에 있어서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