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다자 협상보다 양자 무역 협정을 선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향해 일침을 가했다. 아소 부총리는 “양자 협상은 생각보다 실망스러울 수 있다”고 했다고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공들여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다고 통보했다. 미 행정부는 다자간 무역협정인 TPP에서 발을 빼고 나서 일본과 양자 무역협정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양자 무역협정이 불가능하지 않다”며 “어떤 형태의 협정이 미·일에 최선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날 아소 부총리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2017년도 국제통화기금(IMF) 춘계회의에서 양자 무역 협상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비친 것이다. 아소 부총리는 “우리가 양자 무역협정으로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며 “미국이 내놓는 조건은 관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TPP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아소 부총리는 “TPP는 미국과 일본 모두를 위한 더 나은 체제임을 믿고 있다”며 “다자 협상으로 얻는 이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을 제외한 TPP 협상이 덜 매력적이긴 하지만 나머지 11개국과 TPP 추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거대 공동경제권인 TPP를 아베노믹스의 핵심으로 여겼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전보장 측면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때문에 미국이 빠진 TPP라도 일본으로서는 여전히 놓치고 싶지 않을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지난 18일 일본을 방문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아소 부총리는 미·일 경제대화를 가졌다. 당시 아소 부총리는 “앞으로의 대화를 통해 일본과 미국 간 경제적 관계에 가장 적합한 틀이 무엇인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