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종목의 주가가 하염없이 주저앉고 있다. 중국 시장 부진과 대규모 엔진 리콜에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가능성까지 불거지는 등 연이은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19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자동차 제조업을 아우르는 운송장비업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44% 떨어진 1642.63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15년 2월 이후 약 2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최근 고점이었던 지난달 21일(1873.38)과 비교하면 한 달 새 무려 12.32%나 빠진 것이다.
운송장비업종의 주요 구성종목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가 해당 기간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전체 업종지수를 끌어내렸다. 현대차의 주가는 지난달 21일 17만1000원에서 이날 13만7000원으로 한 달여 만에 19.41%나 추락했다. 또 기아차의 주가는 3만8300원에서 3만4100원으로 10.97% 내려앉았다. 특히 바닥을 잊고 곤두박질 중인 기아차의 주가는 지난 2010년 이후 약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저조한 주가는 어두운 실적 전망을 반영한다. 중국 시장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따른 반한 감정이 확산된 데 이어, 최근 ‘세타2’ 엔진에 대한 리콜 결정으로 대규모 비용 손실이 우려되고 있는 탓이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으로 전년 대비 12.63% 하락한 1조1728억원을, 기아차는 19.38% 떨어진 5108억원을 각각 전망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한미 FTA 개정 가능성이라는 악재가 또 다시 불거졌다. 한국을 방문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한·미 FTA 발효 이후 5년간 미국의 대 한국 무역수지 적자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면서 개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 시장에서는 한·미 FTA 발효 이후 국내 자동차업종이 수혜를 입었던 만큼, 반대로 개정될 경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혼란스러운 업황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주를 마냥 버릴 수 없다고 조언한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자동차주의 업종 평균 PBR(주당순자산비율)은 0.63배로 세계 주요국 자동차 업종보다 크게 낮다”며 “사드와 같은 외부 요인이 사라진다면 저평가 매력이 재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