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우선주의’에 입각한 반(反) 이민 행보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문직 단기취업 비자인 H-1B 비자의 발급 요건과 단속 규정을 더욱 강화하고 연방정부가 물품 조달 시 미국산을 우대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특히 그는 러스트벨트(제조업이 쇠락한 미국 중서부 지대)의 중심인 위스콘신 주에 있는 공구업체 ‘스냅-온(Snap-on)’ 본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서명해 미국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의도를 강조했다. 또 행정명령에 ‘미국산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자(Buy American, Hire American)’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
행정명령의 첫 번째 부분은 연방정부 관련 기관에 H-1B 비자 프로그램과 관련해 사기와 학대 행위를 근절할 것을 지시했다. 또 현재 추첨식으로 매년 8만5000명에게 발급되는 형태를 바꿔 고급 학위를 가지고 숙련된 근로자들이 비자를 받는 데 좀 더 유리하도록 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H-1B 비자를 이용해 외국인 근로자를 대규모로 채용하고 있다.
두 번째 부분은 연방정부가 물품을 조달하거나 관급 공사를 할 때 미국산 제품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조항을 강화하고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부조달협정 등을 220일간 집중적으로 검토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기업들의 외국 정부 조달품목에 대한 접근이 제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서명식에서 “이번 행정명령은 비자면제 프로그램 사용을 최소화하고 연방정부 조달 프로젝트에 미국산 제품이 들어가는 것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또 철강을 덤핑 수입해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기업들을 단속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H-1B 비자가 미국인을 외국인으로 대체하는 데 사용돼서는 안 된다”며 자신을 지지한 제조업 근로자들의 호감을 사려 했다.
H-1B 비자를 지지하고 ‘바이 아메리칸’ 규정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던 기업계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을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상공회의소는 “미국산 제품 구매 규정을 강화하면 다른 나라도 같은 행보를 취해 우리 제품을 위한 시장이 닫힐 수 있다”며 “H-1B 비자에 변경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이를 없애려는 것도 잘못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전 세계의 고숙련 근로자에 대한 문을 닫는 것은 실수”라며 “이들은 미국의 성장과 경쟁력 향상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바이 아메리칸’ 규정 혜택을 보는 철강업계는 이번 행정명령이 미국 산업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이라고 옹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