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유로화 환율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프랑스 대선이 혼전 양상을 거듭하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유로화 환율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프랑스 대선에서 프렉시트(프랑스의 유럽연합 탈퇴) 공약을 내건 극우 후보에 대한 우려에 유로화의 변동성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최대로 확대됐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대선은 최근 극우와 극좌 세력의 대결로 치닫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대선 후보인 마린 르펜이 오는 23일 1차 투표를 무난하게 통과해 다음 달 7일 결선투표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프랑스 대선은 1차에서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결선을 치른다. 더 큰 문제는 극좌 후보이자 유럽 공동체 회의론자인 장뤼크 멜량숑의 급부상으로 대선이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 여론조사업체 Ifop(13일)에 따르면 현재 지지율은 르펜(23.5%)과 마크롱(22.5 %)이 근소한 차이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개월 전에 비하면 각각 2~3%포인트가량 떨어진 것이다. 3위는 19의 지지율을 기록한 공화당(중도 우파)의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63).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바로 피용과 같은 지지율을 기록한 멜량숑의 급부상이다. 그는 이번 여론조사에서 19%의 지지율을 얻었다. 1개월 전과 비교하면 7%포인트나 상승했다.
시장은 극우 성향의 르펜과 극좌 성향의 멜량숑의 급부상을 경계하고 있다.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두 후보 모두 유로존 이탈, EU 탈퇴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후보 중 한 후보가 당선될 경우 독일과 함께 EU의 양대 축을 이루던 프랑스가 EU 탈퇴할 가능성은 커지고, 그렇게 된다면 EU의 결속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캐슬린 브룩스 씨티인덱스 투자전략가는 “극우와 극좌가 결선투표에 간다면 위험하다”면서 “아직 가능성은 작지만 시장은 프랑스 대선이 충격적 결과를 낼까 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 들어서는 달러화와 엔화 대비 유로화의 급등락에 대한 헤지 비용이 급등했다. 노무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선거 마지막 주간에 가장 강하게 확신할 수 있는 것 하나는 리스크 헤지 흐름이 유로를 압박하고 있으며 그 규모가 투표 당일까지 계속 커질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중도계열의 마크롱과 중도우파 피용이 당선된다면 유로화나 유로화 자산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JP모건에 따르면 중도 성향의 피용이나 마크롱이 승리할 경우 유로존에 대한 투자자들의 긍정적 심리를 끌어내 유로·달러 환율이 현재 1.06달러대에서 1.15달러대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빌럼 베르하겐 NN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치적 위험이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 내수 회복과 긍정적 경제 전망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내달 7일 2차 결선에서 르펜 후보가 승리할 경우 유로화는 달러 대비 98센트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JP모건은 전망했다. 유로화는 이미 지난달 말 1.09달러까지 떨어진 바 있다. 이달 유로화는 일본 엔화 대비 3% 가까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