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대우조선해양의 기관 투자자들이 회사채 소송을 제기했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과 안진회계법인, 증권사 4곳 등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도 별도로 소장을 접수했다. 두 기관 외에도 소송을 제기한 기관 투자자가 여러 곳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송을 낸 시점은 국민연금이 산업은행과 채무재조정 논의를 시작한 지난 14일이다. 이날은 회사채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 완성일로 알려진 시점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분식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3년 이내, 분식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결국 채무재조정안을 동의하기로 했지만, 이와 별개로 분식회계 책임을 묻기 위해 회사채 소송을 병행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분식회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채무재조정안을 수용하면 출자전환 대상인 회사채에 대한 권리를 포기해 업무상 배임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은 대우조선해양이 발행한 회사채 3900억 원, 1000억 원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다만 주주들이 제기한 소송과 달리 회사채 소송은 손실발생 시점을 특정하는게 모호할 수 있다. 채무재조정안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당장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선고시점에 손해액이 구체적으로 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P플랜이 개시되면 회사채를 포함해 전체 채권 규모가 대폭 감축된다는 점에서 손실이 발생한다.
주식 투자자들도 언제 P플랜 절차를 밟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 속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당초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의 의욕적인 수사로 배상 액수가 월등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됐지만,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회사채 소송과 마찬가지로 승소하더라도 채권 규모가 축소돼 자금 회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자 소송은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원고 모집이 마감됐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만 23건의 주식 투자자 소송이 진행 중이다. 국민연금 등도 지난해 7월 서둘러 소송을 제기했고, 신협, 수협, 산림조합 등의 기관 투자자도 최근 소송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일찍이 제기된 소송도 검찰 수사와 법원 인사가 겹쳐 진행에 속도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