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업체이자 스마트폰 생산업체인 ZTE가 자사를 탐탁지않게 보는 미국 정부의 규제 속에서도 현지시장 공략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커널리스에 따르면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체제가 굳건한 가운데 지난해 ZTE는 LG전자에 이어 4위 점유율을 차지해 중국업체로는 유일하게 상위권에 있다. 또 ZTE는 지난 2011년 미국에 처음 진출한 이후 매년 판매가 늘고 있다.
다른 업체들이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을 때 ZTE는 역발상으로 미국에서 기반을 다진 것이 주효했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특히 ZTE의 성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첫째로 ZTE는 자신의 본거지인 중국에서 시장점유율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12년만 해도 ZTE는 중국 5위 스마트폰 업체였지만 지난해는 10위로 추락했다. 둘째로 ZTE는 안보를 우려하는 미국 정부와의 오랜 갈등을 견뎌내고 있다. ZTE는 지난달 미국 정부와 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에 대해 8억9200만 달러(약 1조186억 원)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미국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ZTE는 지난해 미국에서 42%라는 놀라운 판매신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글로벌 스마트폰 업계가 판매 둔화와 경쟁 격화, 소비자들의 제품 교환주기 연장 등의 악재에 시달리고 있을 때 ZTE가 이런 성과를 일궈낸 것이다.
ZTE는 미국 저가 스마트폰 부문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고 AT&T와 T-모바일US 등 현지 이동통신업체와 오랜 기간 끈끈한 제휴 관계를 맺어왔다. 미국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이통사와의 장기계약을 통해 스마트폰을 구매하기 때문에 이런 제휴는 시장 성공의 핵심이다. ZTE의 중국 경쟁사인 화웨이는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로는 3위를 자랑하지만 미국에서는 거래하는 핵심 이통사가 없어 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제프리스의 에디슨 리 통신 부문 애널리스트는 “행운이 됐든 좋은 디자인에 의한 것이든 ZTE는 미국 이통사들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었다. 여기에는 AT&T와 같은 대형 이통사는 물론 지방 통신사업자도 포함된다”며 “일찍부터 이통사들에 좋은 브랜드로 인식돼 왔다”고 설명했다.
또 ZTE는 막대한 벌금을 반영해 지난해 약 3억4200만 달러라는 순손실을 냈지만 규제 불확실성 해소라는 측면에서 미국사업 전망이 더욱 긍정적으로 변했다.
캐널리스의 르샤브 도시 애널리스트는 “미국 정부의 벌금은 분명히 ZTE에는 쓴약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ZTE는 확실히 미국 저가 스마트폰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디슨 리 애널리스트는 “ZTE는 이미 배를 놓친 중국 스마트폰 사업을 축소하고 미국시장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며 “통신장비 부문에서도 미국 무역규제가 해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다시 성장할 여지를 찾았다”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