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대기업 계열사들의 내부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을 다른 계열사에 의존해 연명하는 이른바 ‘캥거루 기업’이 여전히 총수 일가의 부의 이전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이투데이가 2016년 감사보고서 기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 집단 소속 계열사 중에서 총수의 자녀들이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들의 내부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 그룹에서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에 포함되지 않는 일부 기업들이 규제망을 교묘히 피해 가면서 내부거래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총수 일가 지분 30% 이상인 상장사와 20% 이상인 비상장사다. 해당 기업의 내부거래를 통한 매출액이 200억 원을 넘거나 매출액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12% 이상일 경우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돼 제재를 받게 된다
현대차그룹 계열 시스템통합(SI)업체인 현대오토에버의 경우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그룹 내부 일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오토에버는 지난해 그룹 계열사로부터 1조194억 원 규모의 일감을 받았다. 전체 매출 1조1402억 원 가운데 89.4%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화와 GS그룹의 SI업체인 한화S&C와 GS아이티엠 역시 총수 자녀들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전무가 대주주로 있는 한화S&C의 경우 2015년 54.1%에 달하던 내부거래 비중이 지난해 70.5%까지 급증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5촌 조카인 허서홍 전력·집단에너지사업부문장(상무)이 대주주인 GS아이티엠 역시 같은 기간 53.1%에 달하던 내부거래 비중이 지난해 78.8%로 조사 대상 기업 중 가장 많은 25.7%포인트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CJ그룹 역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과장이 대주주로 있는 CJ올리브네트웍스와 CJ파워캐스트에서 여전히 높은 내부거래 비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