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구글, 등 돌렸다… ‘프레너미’ 7년만에 균열

입력 2017-04-1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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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AI비서 ‘빅스비’로 구글 어시스턴트와 경쟁…구글, 플렉시블 OLED 거래처 LG디스플레이로 변경 추진

#구글은 최근 LG디스플레이에 최소 1조 원 규모의 OLED 생산라인 구축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이 차세대 스마트폰 ‘픽셀폰’에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플렉시블 OLED를 탑재하기 위한 제안이다. 계약이 성사된다면 구글은 삼성디스플레이에 의존해온 플렉시블 OLED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론 삼성이 사실상 OLED 공급을 독점하면서 향후 협상에서 불리해질 것을 우려해 LG 쪽으로 선회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갤럭시S8’에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를 탑재할 계획을 내비치자 구글이 이에 노골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시스턴트라는 AI를 이미 선보인 구글은 “두 회사가 서로 경쟁되는 서비스를 출시할 수 없다는 비경쟁계약(Non-compete Pact)을 2014년에 맺었다”는 점을 근거로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AI기능 탑재와 관련해 OS 제공업체인 구글과 협의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인공지능 기술 자체가 특정사의 전유물은 아니다”고 맞섰다. 결국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공개한 갤럭시S8에 ‘빅스비’를 주요 기능으로 탑재했다.

7년 넘게 이어졌던 삼성와 구글의 ‘프레너미(frienemy)’ 관계에 금이 가고 있다. 프레너미란 ‘친구(friend)’와 ‘적(enemy)’의 합성어로 서로 협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경쟁하는 관계를 뜻하는데, 최근 분위기는 적에 가깝다. 업계에서는 삼성과 구글이 이제 등을 돌렸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삼성과 구글의 협력 관계는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전자는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스마트폰 ‘갤럭시S’를 처음 선보였다. 갤럭시S는 흥행을 거두며 애플 아이폰 대항마로 올라섰고, 삼성전자는 세계 1위의 스마트폰 제조사가 됐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OS 개발 일정을 따라가야 했고 플랫폼 사업에 대한 권한을 모두 구글에 내주게 된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OS 자체 개발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탄생한 타이젠을 중심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 타이젠 4.0을 공개하며 ‘탈(脫) 구글’에 가속을 낼 방침이다. 새로운 타이젠은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사물인터넷 가전 등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갖췄다. 업계에서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에는 삼성전자가 타이젠을 앞세워 ‘OS 독립선언’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글 역시 지난해 말 자체 개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픽셀폰’을 출시하며 삼성전자를 견제하고 있다. 가상현실 기기에서도 삼성의 ‘기어VR’와 구글 ‘데이드림’이 경쟁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에 1조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할 뜻을 밝힌 것 역시 삼성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플렉시블 OLED 생태계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구글과 삼성의 갈등 관계는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 신성장동력 중 하나인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등 곳곳에서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율주행은 인공지능과 전장기술, 통신 등을 모두 결합해야 하는 ‘미래 기술의 결정판’이다. 삼성전자와 구글 모두 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역량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갈등은 한마디로 소프트웨어에서 탈구글 하려는 삼성과 하드웨어에서 탈삼성 하려는 구글이 부딪치는 양상”이라며 “서로 대안을 찾을 경우 두 회사는 완전히 경쟁구도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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