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 놓고 혼하이와 불꽃 경쟁...美펀드와 공동 입찰도 추진

입력 2017-04-1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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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시바가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금 조달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매각 추진 중인 반도체 사업을 놓고 SK하이닉스와 대만 혼하이정밀공업, 미국 브로드컴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인수 후보 업체들이 잇따라 고액의 입찰가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향후 수 주 후로 예정된 2차 입찰 마감을 앞두고 인수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다. 혼하이 SK하이닉스 브로드컴 3사는 도시바의 새 반도체 회사인 ‘도시바 메모리’인수액으로 2조 엔을 제시했다. 혼하이는 여기서 더 나아가 최대 3조 엔도 써낼 의향을 시사했다. 이에 질세라 SK하이닉스는 지분율을 낮추고 일본 투자자와 공동 입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해외 기업들의 이처럼 열띤 경쟁은 미국 원전 자회사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로 인해 벼랑 끝에 내몰린 도시바에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도시바는 미국 원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의 파산 보호 신청으로 채무 초과액이 6200억 엔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해외 원전 사업의 리스크를 차단하고 핵심인 메모리 사업 매각으로 자본잠식 해소와 그룹 전체 경영 정상화를 꾀하고 있다.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기술 유출 등을 우려해 되도록 도시바메모리 사업이 해외에 넘어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일본의 반도체 기술은 성장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반도체 메이커 등 경쟁 기업은 독점금지법, 또한 해외 기업이라면 외환법에 의한 심사 대상이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궈타이밍이 이끄는 혼하이는 이런 일본 정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샤프의 경영권을 인수했을 때처럼 도시바의 반도체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샤프 인수 시 궈 회장은 처음에 매우 높은 인수액을 제시했다가 나중에 문제점을 끄집어내 금액을 낮추는 방법을 취했다. 그러나 혼하이 공장이 중국에 있는 만큼 기술과 인재 유출을 우려하는 일본 정부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혼하이가 도시바의 첨단 기술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혼하이는 SK하이닉스 등 다른 기업과의 공동 입찰에 대해서도 협상하고 있지만 어떤 기업이든 중국으로의 이전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SK하이닉스는 미국 투자펀드 베인캐피털, 일본 투자자 등과 공동 입찰을 검토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메모리 주식을 20% 이상 보유하지 않을 의향까지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일본 정부의 승인을 얻기 쉽게 할 목적에서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아직 2조 엔에 달하는 자금을 모으기 위한 연합체를 조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SK하이닉스가 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도시바 메모리의 주식을 파트너한테서 사들일 수 있는 조건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조건은 SK하이닉스의 경영권 확보를 싫어하는 일본 측의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브로드컴은 투자펀드 실버레이크 매니지먼트와 손잡고 인수를 검토했지만 단독 인수로 방침을 바꿨다. 이 회사는 플래시 메모리 사업에 새로 진출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독점 문제에는 직면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브로드컴은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과 자사의 반도체 사업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도시바는 11일 작년 4~12월 실적을 발표하는데, 또 연기할 가능성도 부상하고 있다. 다시 연기하게 되면 이는 3번째로 도쿄증권거래소의 공시 규정을 위반하게 돼 상장 폐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헤지펀드의 에휘시모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도시바 주식의 보유 비율을 9.84%로 높인 것이 7일 밝혀졌다. 일본 간토재무국에 따르면 3월 31일까지 취득한 지분율이 9.84%이며, 목적은 순투자라고 한다. 이 펀드는 무라카미 펀드 출신이 설립, 지난 3월 시점에 도시바 주식 8.14%를 가진 최대 주주로 급부상한 사실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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