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등 우리 증시 대표 기업들의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셀코리아’가 가속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원화 가치 하락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내외 변수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증시를 흔들 것으로 내다봤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8.41포인트(-0.86%) 하락한 2133.32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 때 900억 원 이상을 팔아치웠던 외국인들은 장 마감 결과 총 54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이달 3일부터 엿새 연속 순매도 행진으로, 올 들어 최장 순매도 기록이다.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도 각각 1986억 원, 507억 원어치를 대량으로 매도했다. 이날 하루 동안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총 3033억 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 매수세가 소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은 올 1분기 코스피시장에서만 총 5조4800억 원을 순매수하며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지만, 지난주 내내 3000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셀코리아 원인은 원·달러 환율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은 연초 1200원대에서 1100원 부근까지 하락했지만, 지난주 들어 20원 이상 반등했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됐지만, 환율이 반등하면서 이를 곧바로 되돌렸다”고 분석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코스피 상승에 제동을 걸고 있다. 지난주 말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데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위협 속에 미국 항공모함 전단이 한반도 인근으로 이동하는 등 긴장감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로 이어지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코스피의 변동성이 당분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이 별 성과가 없었던 점과 미국의 시리아 공습, 한 달도 남지 않은 한국 대선 일정 등 정치적 이슈가 코스피에 부담을 안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주가 상승을 견인한 기업 이익 개선이 지속할지 여부도 고민거리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분기 삼성전자 등 대형 수출주 중심의 이익 회복세는 전년 동기 수출 부진과 유가 하락 등 기저효과 덕이 컸다”면서 “2분기부터는 이 효과가 줄면서 순이익 개선세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