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의 인문경영] 행복경영, 낙수효과와 거름효과

입력 2017-04-1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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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경영자들이 모여 ‘행복경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야기가 진행되며 의견이 양분되었다. 리더가 행복해야 조직에도 행복이 넘친다는 ‘낙수효과론’과 리더가 힘들어야 조직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거름(밀알)효과론’으로 나뉘었다.

행복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는 같았다. 그 출발점과 인식에서 차이를 보인 것이다. 마치 같은 목적지라도 왼쪽으로 반 바퀴 돌 것인가, 오른쪽으로 반 바퀴 돌 것인가 하는 차이처럼 말이다. 2세 경영자인 S 사장은 “(창업한) 선친이 하루 16시간씩 일하시는 모습이 정말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어린 시절, 나는 아버지처럼 살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회사를 고단한 일터가 아닌 ‘유치원처럼 즐거운 일터’로 만드는 게 꿈이었단다. 이 같은 꿈 때문에라도 자신은 “제 시간에 꼭 퇴근하고, 주말에 임원들과 즐겁게 골프 치고, 회사에도 피트니스 클럽을 만들어 시간 나면 운동하고, 직원들과 편하게 벽 없이 지낸다”고 털어놓았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안다”는 속담처럼 리더가 행복을 누릴 줄 알아야 조직 전체에 행복 전염 효과가 발생하지 않겠냐는 주장이었다.

반면에 모 IT 업체 창업자 O 사장은 “그럼 소똥은 누가 치우냐”며 반론을 내놓았다. 조직에는 늘 처리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리더는 그것을 치우는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마치 산모가 아파야 아기가 빨리 나오는 것처럼 사장이 힘들고 불편해야 구성원들은 편해지니, 반비례의 관계에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O 사장은 행복경영 리더로 유명하고, 그 회사는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꼽히는 곳이다. 그에게 “다시 태어나도 사장을 하시겠어요?” 하고 묻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음 세상에는 사장으로 안 태어날래요. 너무 힘들어요” 하며 손사래를 쳤다. 사장은 근본적으로 가장 힘들고 아플 수밖에 없는 숙명적 자리라는 점에서였다. 그의 일과를 들어보니 이해가 갔다. 아침 7시에 출근해 별일 없으면 밤 10시까지 근무하며 ‘월화수목금금금’ 경영에 골몰한다는 이야기였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리더와 구성원의 행복은 반비례인가, 비례 관계인가, 아니면 선후 관계로 리더부터 행복해야 하는가, 구성원부터 행복해야 하는가. 낙수효과에 동의하는가, 거름(밀알)효과에 동의하는가?

이는 과거 전통 군주제 사회에서도 제기된 의문이다. 맹자 ‘양혜왕’편을 보면 양혜왕, 제선왕 등 당대의 군주들이 시대의 멘토인 맹자에게 던졌던 질문들이다. 기러기가 높이 날고, 미끈한 사슴이 뛰노는 성대한 왕궁 동물원을 지은 양혜왕은 제풀에 발이 저려 물어본다. “현명한 사람들도 이런 동물원을 짓고 노는 것을 즐거워합니까?” 제선왕은 “저는 재물을 좋아하는 병통이 있습니다. 게다가 여색을 좋아하는 단점도 있습니다”라고 겸연쩍게 고백한다. 맹자는 “절제하라. 백성들은 굶주리고 있는데 무슨 철없는 망발이냐”고 호통치지 않는다. 왕궁 동물원의 사치스러움과 규모보다 백성과 함께 즐기느냐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작게 지어도 혼자 즐기면 사치이고, 크게 지어도 백성과 함께 나누면 민생정치라는 이야기다.

호색(好色)과 호화(好貨)도 마찬가지다. 이성과 재물을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문제는 그런 욕망을 백성들도 즐길 수 있게끔 하느냐 아니냐에 달렸다. 즉, 어진 군주와 어질지 못한 군주의 기준은 자신의 마음을 백성에게까지 확장해 함께 즐기느냐, 아니냐로 갈린다라고 강조한다.

리더부터 행복하든, 구성원부터 행복하게 하든, 핵심은 ‘함께 나눔’에 있다. 행복은 우리 식 표현으로 ‘흥’에 가깝다. 함께 나눠야 흥이 나는 법이다. 흥(興)은 들 것을 함께(同) ‘들어 올리는’ 모습이다. 입으로 함께 구령을 하고, 손으로 들 것을 힘껏 들어올리는 모습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든, 좋은 곳을 가든, 혼자 할 경우 사랑하는 사람을 반사적으로 떠올리지 않는가. 바로 그 마음과 같다. 나만 맛있게 먹고 나 혼자 즐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데 핵심이 있다. 낙수효과든, 거름효과든 말이다. 맹자가 제선왕에게 죽비같이 내리친 한마디는 오늘날 리더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왕께서 만일 재물을 좋아하시더라도 백성과 더불어 함께하신다면 왕 노릇을 하심에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王如好貨 與百姓同之 於王何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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