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채무 재조정을 위한 배수진으로 삼았던 P플랜(회생형 단기 법정관리)이 현실화될지 다음 주에 판가름난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채무 재조정 참여에 유보적인 가운데 다른 사채권자도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오는 12일께 투자위원회를 열고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안 수용 여부를 재논의한다. 이 기관은 5일 열린 투자위원회에서는 결정을 보류했다. 대우조선의 재무 상태와 기업 계속성을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이를 사실상 ‘수용 반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우조선의 회생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은 정부의 채무 재조정안을 신뢰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사채권자 집회에 기권하더라도 채무 재조정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와 산은은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임종룡 위원장은 전날 “(P플랜) 준비를 마쳤다”며 “정해져 있는 과정을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안을 수정하면 오히려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차라리 회생법원에서 채무 재조정을 받는 것이 이해 관계자들의 수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논리다.
대우조선의 P플랜 돌입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사채권자들은 대주주인 산은의 고통분담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산은은 2015년 8월 이후 대우조선에 신규 자금을 투입하면서 이에 상당하는 규모의 담보를 설정해 놓고 있다.
대우조선의 2015년 6월 반기보고서와 2016년 12월 사업보고서를 비교해보면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에 설정한 담보 규모는 최소 3조2000억 원 이상 증가했다. 1조6000억 원 규모 공장을 포함한 유형자산과 매출채권, 예금 등을 새로 담보로 잡았다. 2015년 10월 4조2000억 원 신규 자금투입 방안을 밝히고 현재까지 출자전환을 비롯해 3조8000억 원을 집행한 것과 맞먹는 규모다.
이에 사채권자들은 산은이 채무 재조정안에 출자전환 대상 무담보채권 규모를 재산정하거나 감자를 하는 등 추가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정관리 시 담보가치는 처음 설정 금액이 아니라 감정평가를 통한 실질 담보가치만 인정돼 통상적으로 규모가 줄어든다.
지난달 23일 산은과 수은은 현재 보유 중인 대우조선 무담보채권 전액이 1조6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채권자들은 이를 산정한 기준을 밝히고 법정관리 시 담보가치 하락을 고려해 출자전환 대상 채권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사채권자는 “채무 재조정이 성사되면 산은·수은과 시중은행은 선수금환급보증(RG) 규모를 줄이고 그간 잡아둔 담보권을 행사해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며 “만약 그 이후 대우조선이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사채권자들은 변제받을 길이 없어 차라리 지금 P플랜으로 가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산은 관계자는 “새로 자금을 대면서 담보를 설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4조2000억 원 투입으로 대우조선 자산이 커지면서 산은뿐 아니라 채권자 모두가 수혜를 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