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펀드에 적신호?

입력 2017-04-03 13:31 수정 2017-04-05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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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 인상폭 커지면 손실 우려도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2008년 미국 발(發) 국제 금융위기가 터진지 얼마 되지 않아 미국에서 부동산으로 부자가 된 한 교포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 교포는 금융위기가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미리 갖고 있던 부동산을 매각해 주변으로부터 관심을 받은 사람이다.

교포가 부동산을 매각할 당시는 금융 파생상품이 넘쳐나는 호황기여서 전문가들은 오히려 구입 물량을 늘려야 한다는 분석을 내 놓았다.

그런데도 그 교포는 금융위기가 벌어지기 1~2년 전에 보유 부동산을 팔아치웠다.

그 후 여기저기서 잔뜩 불어난 파생 상품의 버블이 터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급기야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 우량담보대출) 사태를 시발로 한 금융위기가 터져 부동산값이 폭락하는 국면을 맞았다.

그 교포는 어떻게 알고 미리 부동산을 처분하게 됐을까.

경제 잡지나 경제신문을 꾸준히 정독하면서 경제의 흐름을 파악하고 여기에 맞춰 투자 전략을 세운 것이다.

부동산도 이제 경제 흐름에 맞춰 투자 여부를 따져야 하는 상황이다.

고도 성장기에는 부동산을 사놓기만 하면 값이 올랐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지역별, 상품별로 차별화가 심하다. 오를만한 지역만 오르고 그렇지 않은 지역은 오히려 떨어질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

그래서 투자 트렌드를 잘 파악하고 이에 맞춰 대체해야 한다.

물론 경제 흐름을 읽어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국제적으로 워낙 변수가 많아 이론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최근 2~3년 전부터 투자 분석력이 뛰어나다는 주요 자산운용사는 국내 보유 부동산을 처분하고 대신 해외 쪽으로 눈을 돌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사와 삼성자산운용사가 선두주자다. 이들은 국내 빌딩 공급과잉과 경제 위축으로 투자 수익률이 자꾸 떨어지자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다른 자산운용사도 뒤늦게 해외 투자에 열을 올려 부동산·임대업에 송금된 투자금액이 지난해만 해도 60억9000만 달러에 이른다. 2011년의 10억3000만 달러와 비교하면 5년 만에 거의 6배 불어났다.

그만큼 국내보다 해외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소리다.

그렇다고 국내 시장이 크게 퇴락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실률이 높아져 투자 수익률이 예전만큼 못하다는 뜻이지 아직까 지는 전반적인 하락 국면은 아니라는 말이다.

해외 투자자금이 저가 부동산을 타킷으로 속속 유입되면서 국내 큰 손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서울지역 대형 오피스 건물 거래액 7조2000억원 중에 외국계 투자금이 3조3000억원이나 됐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다.

문제는 국내보다 해외에다 돈을 잔뜩 묻어둔 자산운용사들의 앞날이다. 안전하고 가격 상승여력도 높다고 생각했던 해외시장이 오히려 불안한 기운에 휩싸여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현지에서 조달한 자금의 이자부담이 커질 판이어서 그렇다.

부동산시장은 금리가 낮아야 메리트가 생긴다. 그래야 은행에서 싼 이자로 돈을 빌려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진다. 반대로 금리가 올라가면 상황은 반전된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

분석력이 강하다는 미래에셋같은 자산운용사는 과연 미국 금리 향방에 대해 잘 따져보고 해외투자에 나섰을까.

한국 자산운용사들이 본격적으로 해외 부동산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할 무렵은 미국이 양적 완화 정책을 마무리할 때였다.

대량을 돈을 푼 댓가로 경제가 호전돼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경제가 너무 좋아지면 인플레이션 방지를 위해 돈을 거둬 들이는 정책이 나온다. 금리인상 카드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아직 확신할 단계는 아니지만 앞으로 미국 금리 인상 폭이 더 커지면 자산운용사는 물론 연·기금과 같은 한국 투자회사의 부동산 투자시장에 빨간불이 커질 여지가 많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해외 부동산펀드에 대한 정밀 모니터링을 실시키로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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