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의 사업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직원 평균연봉, CEO 급여, 근속연수 등이 확인됐다. SK텔레콤의 평균 연봉이 가장 높았지만 근속 연수는 KT가 가장 길었다. CEO 연봉은 KT가 SK텔레콤의 2배. 통계에서 상여금이 제외된 LG유플러스 권영수 부회장의 연봉이 상대적으로 CEO 가운데 가장 적게 나타났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텔레콤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1억200만 원이었다. 남자직원은 평균 1억700만 원을 받았고 여직원은 7600만 원 수준. 통신과 포털을 포함한 국내 ICT 업계 최고 수준이었다.
경쟁사인 KT 직원은 지난해 직원 평균연봉으로 7600만 원을 썼다. 전년(2015년)보다 300만 원 늘어 남직원은 평균 7700만 원, 여직원은 이보다 1000만 원이 적은 6700만 원을 받았다. 남녀 평균연봉의 차이는 이동통신 3사 가운데 가장 적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LG유플러스는 2015년보다 400만 원 늘어난 평균 7200만 원을 기록했다. 증가폭은 통신 3사 가운데 가장 컸으나 상대적으로 급여 수준이 낮았다. 남직원은 7700만 원, 여직원은 5200만 원을 받아 성별에 따른 차이는 2500만 원이었다.
남녀 직원의 평균 연봉이 차이 나는 것은 여직원 근속 연수가 짧아서다.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 탓에 회사를 일찍 그만두는 여직원이 많다는 의미. 거꾸로 KT처럼 남녀 직원 연봉의 차이(1000만 원)가 작을수록 남성과 여성의 근무 여건 차이가 적다는 해석이 나온다.
◇SK텔레콤 직원 4500명…KT는 무려 2만3000명=이 같은 연봉 차이는 직원 규모에서도 비롯된다.
통신 3사의 직원 수는 신사업 추진 등으로 전년보다 1150명가량 늘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LG유플러스(753명)에 몰렸다. 다만 463명이 기간제 근로자다.
직원 규모는 이동통신 3사가 제각각이다. 작년 연말 기준 SK텔레콤은 4500여 명, KT는 무려 2만3000여 명이 근무 중이다. LG유플러스는 8100여 명(2016년 9월 기준)이 다니고 있다.
이동통신 3사의 사업 분야는 대동소이하다. 각각 유무선통신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홈 loT 서비스와 인공지능(AI)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직원의 평균 연봉이 가장 많은 SK텔레콤은 경쟁사와 비슷한 사업을 꾸리고 있지만 직원 규모(약 4500명)는 가장 적었다. 이유는 계열사 분사 때문이다. SK텔레콤은 SK플래닛, SK브로드밴드 분사하고 계열사 사이에 사업구도를 재편, 조직의 슬림화를 내세우고 있다. 주축인 유무선사업과 IPTV 사업 등에 SK브로드밴드 등 계열사를 활용한다. 플랫폼사업을 SK텔레콤이 가져오고, SK플래닛은 커머스사업에 주력한다는 전략도 이에 해당한다.
SK텔레콤 조직 자체를 슬림화하면서 계열사를 분리했고 직원 연봉도 달라졌다. 그렇지 않았다면 거대 조직을 운영하면서 이들 전체 직원에게 SK텔레콤 수준의 억대 연봉을 지급하기 어렵다.
반면 KT는 2만3000여 명이 근무 중이다. 수치상으로 영업이익과 인건비 지출 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KT는 “유무선통신은 물론이고 IPTV를 비롯해 인공지능 사업까지 모두 KT 직원이 담당하고 있다”며 “현재 한국통신 시절 도맡았던 공중전화 서비스도 KT가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KT측은 “민영화 이전, 1990년대 한국통신 시절부터 근무했던 직원들이 여전히 근속하고 있다”며 “근속 연수가 긴 것은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일하기 좋은 회사라는 인식이 강하게 퍼져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다 보니 KT 직원의 평균 근속 연수는 무려 19.7년이다. SK텔레콤의 11.9년, LG유플러스는 7.2년과 차이가 뚜렷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상대적으로 근속 연수가 짧은 SK텔레콤은 일찌감치 신성장동력을 확정하고 높은 연봉 수준을 앞세워 유능한 경력직 인재를 속속 영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근속 연수 11.7년과 관련해 “계열사 분사와 유능한 인재영입으로 상대적인 근속 연수가 짧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영입 인재들이 회사에 합류하면서 평균 근속 연수는 상대적으로 KT에 못 미치고 있다는 것.
이 회사 고위관계자는 “분사 과정에서 근속 연수가 긴, 유능한 직원들이 계열사의 신규 사업에 속속 투입되고 있다”며 “표면적으로 통계로 나타나는 근속 연수가 짧을 뿐, 급여와 복지 수준은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CEO연봉은 KT가 SK텔레콤의 2배=CEO 연봉은 KT가 단연 앞섰다. 그러나 순위변동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난해 SK텔레콤은 매출 17조1367억 원, 영업이익 1조7080억 원(연결기준)을 기록했다. KT는 이를 앞서는 매출 22조7437억 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오히려 적은 1조4400억 원을 기록했다. 성장세가 뚜렷한 LG유플러스의 경우 매출 11조4510억 원, 영업이익 7464억 원을 거뒀다.
이 같은 실적을 이끈 각사의 CEO 연봉도 제각각이다. 직원 연봉은 SK텔레콤이 가장 앞섰으나 CEO 연봉은 황창규 KT 회장이 단연 톱이다.
이동통신 3사 CEO의 기본급은 장동현 SK텔레콤 전 사장이 5억7000만 원, 황창규 KT 회장이 이와 비슷한 5억7300만 원을 받았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의 기본급은 무려 11억6700만 원이 됐다. 언뜻 권 부회장의 연봉이 가장 높아 보이지만 상여금을 포함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지난해 황창규 KT 회장의 연봉은 기본급을 포함해 24억3600만 원으로 이동통신 3사 CEO 가운데 가장 많았다. 황 회장의 지난해 상여금은 무려 18억5800만 원이나 됐다. 기본급은 장동현 SK텔레콤 전 사장(5억7000만 원)과 비슷한 5억7300만 원 수준이지만 상여금에서 역전했다.
황 회장은 연봉 인상률도 컸다. 2015년 12억2900만 원보다 12억700만 원을 더 받으면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황 회장과 비슷한 기본급을 받았던 장동현 전 SK텔레콤 사장의 연봉은 상여금 7억5700만 원과 기타소득 500만 원을 포함해 13억3100만 원에 머물렀다.
기본급이 가장 높았던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별도의 상여금은 없었다. 언뜻 권영수 부회장의 연봉이 가장 적은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속내는 다르다.
권영수 부회장 연봉에 상여금이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 임원 상여금이 3월에 지급되기 때문이다. 권 부회장은 지난해 4월부터 LG유플러스를 이끌고 있다. 결국 지난달 지급된 권 부회장의 상여금이 사업보고서에 공개되지 않은 것. 이를 포함하면 이동통신 3사 CEO 연봉 순위는 바뀔 가능성이 크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CEO를 포함한 임원들의 상여금은 통상 회계연도 3월에 지급돼 지난해 연말을 기준으로 한 사업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영업이익이 가장 뛰어나고 직원 평균도 많이 주는 SK텔레콤이 CEO 연봉은 가장 적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거꾸로 KT는 평균연봉이 상대적으로 적어도 회사를 오래 다닐 수 있는 기업문화가 정착돼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편 지난해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직급을 통틀어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주인공은 황창규 KT 회장이 아닌 이상철 LG유플러스 고문이다.
지난해 3월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 이상철 고문은 지난해 3개월분 급여 3억4100만 원, 3월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당시 지급된 상여금 9억6500만 원까지 챙겼다. 여기에 퇴직금 17억7400만 원을 포함해 총 30억8000만 원을 받았다.
LG유플러스는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에 따라 월 기준 급여액 6300만 원, 근무 기간 6년 3개월에 따른 부회장직 지급률 450%를 곱해 퇴직금을 산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