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LG화학, R&D로 미래준비 나선다…혁신의 산실 '대전기술연구원'을 가다

입력 2017-04-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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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크기의 검정색 극판 두개를 새하얀 분리막으로 감싼 전지 두 개가 가열기에 올라간다. 일반 분리막이 적용된 전지와 LG화학의 SRS 분리막이 적용된 전지다. 겉으로 봐서는 별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두 개의 전지를 1분간 180℃에 노출시킨 결과, 일반 분리막은 심하게 수축이 일어났지만, SRS 분리막은 정상 상태를 완벽히 유지했다.

▲ LG화학 대전 기술연구원 연구원들이 배터리 성능 및 품질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사진제공=LG화학)
▲ LG화학 대전 기술연구원 연구원들이 배터리 성능 및 품질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사진제공=LG화학)

"바로 이 기술이 GM, 르노, 볼보, 아우디 등 굴지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LG화학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배터리연구소 분리막개발팀 이제안 연구원이 자신감이 가득찬 목소리로 설명했다. 그는 "LG화학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SRS 기술은 리튬이온배터리의 안전성을 결정짓는 핵심 기술"이라며 "LG화학이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이 이처럼 앞선 기술력을 갖출 수 있던 배경에는 대전시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LG화학 기술연구원이 있다.

명실상부한 LG화학의 싱크탱크(Think Tank)로 알려진 이 곳은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 성과를 창출하고 화학산업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대덕연구단지 최대의 민간 기업 연구소이다.

축구장 40배 크기인 30만㎡(약 8만 7000평) 부지의 기술연구원은 넓은 잔디밭과 산책로로 둘러싸인 연못 등으로 마치 대학 캠퍼스와 같은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고즈넉한 분위기와 달리 이 곳, 총 7개의 연구동으로 구성된 기술연구원에서는 LG화학 연구개발의 모든 역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현재 이 곳에는 LG화학 전체 R&D 인력인 5300명 중 3800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다. 1979년 건립 당시 70여명과 비교하면 50배 이상이 증가한 수치다. R&D 핵심 인력과 함께 전체적인 R&D 투자 금액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설립 당시 최초 투자 금액은 35억 원 수준이었지만, LG화학은 올해 R&D에만 사상 최대 금액인 1조 원을 투자한다.

또한, 미래 시장 선도를 위해 연간 R&D 투자 금액을 매년 10% 이상 늘려 2020년 1조 4000억 원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같은 투자로 LG화학 기술연구원은 원천기술 및 독자기술 개발 등을 통해 국내 최초로 혁신적인 제품의 상업화를 실현하고 세계 1위의 기술력을 인정받는 등 대한민국 화학산업을 선도해 온 혁신의 산실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 LG화학 대전 기술연구원 연구원들이 라텍스의 물성을 측정하고 있다.(사진제공=LG화학)
▲ LG화학 대전 기술연구원 연구원들이 라텍스의 물성을 측정하고 있다.(사진제공=LG화학)

이와 함께 LG화학 기술연구원은 '내부 오픈 이노베이션'과 같이 '화학적 협업'의 조직문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기술연구원은 크게 5개의 사업분야별 연구소와 기반기술과 미래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중앙연구소로 구성돼 있고, 여기에는 약 500여개의 연구과제를 다루는 300개 이상의 연구팀들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의 프로젝트가 생기게 되면 각 연구팀들의 강점에 맞춰 유기적으로 새롭게 가상의 조직(Virtual Team)을 구성한다. 기술연구원 내부에서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술연구원은 사내 기술 컨퍼런스 행사인 '테크페어(Tech Fair)', 프로젝트의 기술적 이슈를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아이포럼(i-Forum)', 기술적인 난제에 대해 각기 다른 분야의 사내 전문가를 선정해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원패드(i-OnePAd)'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i-OnePAd' 프로그램을 통해 전지 연구원, 소재 전문가, 기반기술 전문가, 점착 전문가 등 각기 다른 부문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동공구용 원통형 배터리 개발 과정’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LG화학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추가적인 기술역량 확보 및 내부 오픈 이노베이션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외부 오픈 이노베이션'도 한층 강화한다. 그 일환으로 국내외 대학, 연구기관, 기업 등 다양한 채널과의 네트워크를 더욱 활성화하고 기술협력, 기술도입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잘 활용하면 사업성공 가능성과 R&D 투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전사적으로 협업 문화가 더욱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모든 것이 세계로 통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R&D도 한국에서 통하는 R&D가 아니라 세계에서 통하는 R&D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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