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공구 산업을 영위하고 있는 자회사를 둔 지주사 웨이포트가 중국 기업으로써는 4번째로 국내 자본시장에서 자진 철수를 결정했다. 지난해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자 자진 상장폐지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차이나디스카운트 문제가 또다시 불거진 가운데, 올해만 13개 중국 기업이 국내 자본시장에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웨이포트는 공시를 통해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지분공개매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공개매수가는 1650원이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웨이포트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으면서 1495원으로 마감했다.
최대주주인 진용 대표이사는 웨이포트유한공사 지분 67.11%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32.89%를 시장에서 매수할 계획이다. 웨이포트는 지난해 3분기까지 101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최대 실적을 냈지만, 시가총액은 현재 600억 원대에 머물러 있다.
중권가 관계자는 “우리나라기업의 경우 최소한 PER(주가수익비율)을 10배만 인정해줬어도 시가총액이 1000억 원을 넘었을 것”이라며 “웨이포트의 경우 전형적인 차이나디스카운트의 한 예”라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 그린바이오소스, 산둥티엔타이, 경방차업 등 13개 중국 기업들이 국내 자본시장 입성을 준비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실제로 차이나디스카운트로 인해 중국기업 코웰이홀딩스가 지난 2011년 11월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한국을 빠져나온 이 회사는 2015년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2009년에 상장된 중국식품포장 역시 저평가를 이유로 2013년 5월 자진 상장폐지를 선택했다. 같은 해 6월에는 음향기기업체 3노드디지탈이 같은 선택을 했다. 3노드디지탈은 지난 2007년 8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한국 증시 상장 1호 외국기업이기도 하다.
중국고섬이나 연합과기, 성융광전투자 등 감사의견 거절을 받고 퇴출된 여타 중국 기업들과는 달리 자진상폐를 선택한 기업들은 실적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하지만 국내 자본시장에 깔려 있는 차이나디스카운트로 인해 더 이상 상장을 유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상장된 한 중국 기업 측은 “한국 증시 탈출이 이어지는 것은 불신감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는 더 이상 자금 조달이 힘들다고 판단하고 철수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 기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차이나디스카운 때문에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으니 상장 유지를 해야 될 이유가 없다”며 “과거 중국식품포장과 3노드 등 상당히 실적이 좋았음에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시장 관계자들과 여전히 정보 전달의 한계가 있다”며 “소통창구 역할을 다변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