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경영난 주범’ 웨스팅하우스, 결국 파산보호 신청

입력 2017-03-2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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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안전규제 강화로 공사 지연되면서 벼랑 끝에 몰려

일본 도시바를 경영난에 빠지게 한 주범, 미국 원자력발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WH)가 결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WH는 29일(현지시간) 미국 법원에 연방 파산법 11조(파산보호, 우리나라의 법정관리에 해당) 적용을 공식 요청했다.

앞서 모회사인 도시바도 이날 오전 이사회에서 WH 파산보호 신청 방침을 사전 승인했다. 도시바는 미국 법원이 파산보호를 받아들이면 WH를 계열사에서 분리하고 인프라에 초점을 맞추는 등 사업 구조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WH는 핵연료와 원전 서비스 부문이 견실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사고 여파로 안전규제가 더욱 강화되면서 막대한 타격을 받았다. 현재 신기술인 AP1000 설계를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에서 총 8기의 원자로를 건설 중이지만 공사 기간 지연과 비용 증가로 벼랑 끝에 몰리게 됐다. 특히 지난 2015년 말 인수했던 원전 건설업체 스톤앤드웹스터(S&W)가 막대한 적자를 내면서 결국 WH는 모회사인 도시바까지 위기에 빠뜨렸다. 현재 WH는 미국 전력회사들의 발주를 받아 원전 2곳을 건설하고 있는데 파산보호가 적용되더라도 공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도시바는 WH와 관련해 7125억 엔(약 7조1349억 원)의 손실을 계상했으나 파산보호가 적용되면 이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도시바는 WH에 약 8000억 엔의 채무지급보증을 하고 있으며 위약금 지급 압박을 받을 수 있어 실질적인 손실이 1조 엔으로 팽창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또 이달 말 자기자본이 마이너스인 자본잠식 상태에 놓이는 것도 거의 확실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도시바는 분사하는 반도체 메모리 사업부 지분 과반 이상을 매각하고 채권단으로부터 수천억 엔을 추가 대출받아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또 WH를 지원할 유력한 기업이 한국전력공사(한전)라는 인식으로 협력도 요청하고 있다.

WH는 19세기 말인 1886년 발명가인 조지 웨스팅하우스가 설립했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미는 직류와 천재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의 교류 시스템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 ‘전류전쟁’에서 테슬라 편에 섰던 것이 바로 WH다. 발명가이자 사업가인 조지 웨스팅하우스가 세운 WH는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 조명과 1895년 나이아가라 수력발전소 등의 프로젝트를 잇달아 성공시키며 전기의 시대를 활짝 꽃피웠다. 1957년 미국 최초 원전을 세운 것도 WH다. 그러나 계속되는 경영부진을 견디다 못해 1995년 CBS를 인수해 미디어 사업에 뛰어들면서 아예 사명도 CBS로 바꿨다. WH 이름을 계속 유지했던 원자력 사업부는 1999년 영국 핵연료 업체 BNFL에 넘어간 뒤 다시 2006년 도시바의 품에 들어갔다. 현재 직원 수는 1만2000명에 달하며 2015년 약 5000억 엔의 매출을 올렸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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