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업체 칭화유니그룹이 정부가 운영하는 투자펀드로부터 약 1500억 위안(약 24조33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기로 했다고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사실상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려는 중국 정부로부터 해외기업 인수·합병(M&A) 실탄을 지원 받은 것이라는 평가다.
칭화유니그룹은 2020년까지 중국개발은행(CDB)으로부터 1000억위안을, 나머지 500위안은 지난 2014년 조성된 반도체펀드로부터 조달받기로 했다. 이같은 정부 자금 투입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달러화로 표시된 서구 반도체 사용을 줄이기 위해 자국 IT 기업들을 장려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고 FT는 전했다. 칭화유니는 이번에 조달받은 자금을 어디에 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중국의 반도체 사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경쟁력을 강화하고, 반도체 산업을 빠른 속도로 확장하기 위해 자금을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자금 조달이 도시바 반도체 부문 매각 입찰 마감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도시바 인수를 위한 실탄 마련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도시바는 29일 메모리 사업 1차 입찰 제안서를 마감하며 이번 입찰에는 SK하이닉스와 칭화유니그룹 등 10여개 기업 및 사모펀드가 대거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부 외신에서는 일본 정부가 안보를 우려해 중국 업체의 인수를 우려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칭화유니를 비롯해 정부의 지원을 받는 중국 반도체업체들은 그간 해외 반도체 기업 인수에 열을 올렸다. 이를 통해 기술력을 확보, 자국 반도체 기술을 끌어올린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보안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고, 실제로 많은 M&A가 좌초되기도 했다. 칭화유니그룹은 지난 2015년 230억 달러에 미국 마이크론을 인수하려했으나 손에 넣지 못했고 이듬해인 2016년 미국 웨스턴디지털을 38억 달러에 인수했다. 칭화유니가 지난 2013년부터 인수한 기업은 스프레드트럼,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을 인수했으며 휴렛팩커드의 H3C의 지분 51%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