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마침내 유럽연합(EU)과의 2년간의 이혼협상에 들어간다. 이에 영국에서 사업을 펼치는 글로벌 기업들이 정부에 강력한 경고장을 보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 34개국, 200만 기업을 대표하는 40개 EU 기업로비단체들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브렉시트 발동 공식 선언을 하루 앞둔 28일(현지시간) 단일시장 접근을 보장해 투자와 무역에 있어 불필요한 장애물을 피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經團連)도 브렉시트 협상에 있어서 경제를 깊이 배려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한 소식통은 게이단렌의 공식 성명이 4월 초 발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벌써 게이단렌은 지난해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두 차례나 우려를 표시하는 성명을 내놓았다.
글로벌 기업들은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협상과 관련해 “나쁜 협상 타결보다 아예 협상을 하지 않는 ‘노 딜(No Deal)’이 낫다”고 발언한 것에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 특히 이번 경고장은 EU 단일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포기하는 하드 브렉시트의 악영향에 대한 대중의 주의를 환기시킬 목적으로 나왔다고 FT는 풀이했다.
독일의 BDI와 프랑스 메디프, 영국 CBI 등 유럽 로비단체들은 “EU와 영국의 일자리는 유럽 전역에서 깊게 얽혀 있다”며 “파트너십과 상호 신뢰의 진정한 정신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전히 글로벌 기업들은 브렉시트 협상 결과 불확실성에도 영국에 투자하고 있다. 도이체방크 영국 법인은 오는 2023년 새 본사로 이전한다. 세계 최대 엔지니어링 업체 중 하나인 지멘스는 전날 영국 사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지멘스는 현재 영국에서 1만50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협상에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영국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독일상공회의소가 22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약 10분의 1이 브렉시트에 대응해 EU 다른 국가로 투자를 옮길 의향이라고 밝혔다. 약 40%는 영국 사업이 약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독일상공회의소의 에릭 슈바이처 사장은 “브렉시트는 영국 내 독일 기업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이미 지난해 영국으로의 수출이 전년보다 3.5% 감소했는데 대부분 브렉시트 투표가 이뤄진 6월 이후 수출이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유럽 최대 미디어 기업인 독일 베르텔스만의 토머스 라베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하드 브렉시트가 일어나서 영국이 EU 단일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잃는다면 세금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이에 일부 사업을 철수시킬 수밖에 없다. 그 결정은 2018년에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