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공룡’ 아마존의 야심은 어디까지인가

입력 2017-03-29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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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최대 온라인몰 수크닷컴 인수

▲아마존로고
▲아마존로고

미국 전자서적 시장 점유율의 절반을 점유하는 동시에 세계 최고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업체. 음성인식 장치가 있는 스피커를 만들고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전자상거래, 정보·기술(IT), 동영상 서비스까지 영역 구분이 없는 기업. 바로 ‘아마존’이다. 과연 아마존의 성장과 그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아마존의 영역 확장, 끝을 모른다 = 아마존은 올해 미국 케이블 채널 HB0보다 두 배 많은 금액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서비스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에서 자체 콘텐츠도 지난해보다 3배가량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은 지난 1월에 자체 운동복 상표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3월 “의류 상표를 개발할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며 의류업에도 손을 뻗칠 의사를 밝혔다.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25일자)에서 끝없는 아마존의 영역 확장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5년 초를 기준으로 아마존의 주가가 173% 상승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아마존이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추격을 받고 있고, 전자상거래에서는 월마트가 뒤쫓아오고 있지만 쉽게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아마존의 매출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아마존 웹서비스(AWS)’가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AWS의 시장 점유율은 2015년 40%에 달했다. 물류 거점을 확보하는 데도 아마존은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15억 달러(약 1조 6704억 원)를 들여 미국 켄터키 주에 물류 거점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2시간 이내 배송’을 넘어서 주문 후 30분 내 배달을 위해 올해부터 드론 서비스도 상용화할 예정이다.

◇중동 시장 진출에 박차 = 아마존은 28일엔 두바이 소재의 쇼핑몰 업체 수크닷컴을 인수하기로 합의하면서 중동 진출의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수크닷컴은 두바이에 본사를 둔 중동 온라인 쇼핑몰로 규모는 작지만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업체다. 2005년 시리아 출신의 기업가 호날도 무차와르가 설립했다. 초기에는 온라인 옥션 사이트였으나 2011년 아마존과 비슷하게 온라인쇼핑몰로 사업 형태를 바꿨다. 수크닷컴은 현재 직원 6000명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 이집트 등 걸프만 지역 6개국에 유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크닷컴의 기업 가치를 약 7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WSJ은 이번 인수가 예외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아마존이 거침없이 시장을 넓혀오긴 했지만 회사 전체를 인수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두바이의 거대 쇼핑몰인 이마르몰이 수크닷컴을 인수하고자 8억 달러를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마존이 이마르몰을 제치고 수크닷컴을 인수한다는 의미가 있다. 아마존은 2014년 게임중계사이트인 트위치를 약 8억42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언론은 아마존 20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수라고 보도했다.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인수가 8억 달러를 웃돌면 아마존은 인수 역사를 다시 쓰는 셈이다.

아마존의 러스 그랜디네티 부사장은 “이번 인수로 아마존의 기술과 글로벌 자본 간의 결합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로버트W.베어드앤코의 애널리스트들은 투자 노트에서 “수쿠닷컴을 인수한 아마존은 중동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마존은 올해 안에 인수를 완료할 것으로 내다봤다.

◇몸집 커지면 정부 규제 못 피할 우려 =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해리슨폴의 조사에서 아마존이 미국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회사로 꼽혔다고 전했다. 이처럼 아마존을 둘러싼 기대만큼 우려도 상존한다. 몸집을 키울수록 규제 당국의 이목을 끌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이대로 영역을 확장하고 몸집을 불리면 그만큼 짊어져야 하는 책임도 무거워진다.

대표적인 예가 구글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유럽연합(EU)은 구글을 향해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지난 1월 EU 집행위원회는 인터넷 이용자가 들어간 사이트를 추적하는 것을 제한하는 사생활보호법을 발표했다. 구글이 쿠키(인터넷 이용자의 기록)를 수집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선언한 셈이다. 이 법에 따르면 쿠키를 수집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려면 이용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EU는 지난해 구글이 휴대전화 제조사에 구글의 검색 앱만을 설치하도록 유도했다며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미 2015년 6월 EU 집행위원회는 아마존이 전자책 판매 사업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고 반독점 위반 혐의를 조사했었다. 출판사들에 부당한 계약을 강요하는 등 아마존이 유리한 계약 조항을 강요했다는 주장이었다. 작년 8월 일본에서도 아마존은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일본공정거래위원회는 아마존재팬이 자사 사이트에서 물건을 파는 소매업자에게 타사 사이트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상품을 제공하도록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규제 당국은 전자책 판매를 포함한 전자상거래에서만 반독점의 날을 세우고 있지만 아마존이 영역을 확장하면서 규제의 칼끝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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