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실행력에 대한 실망감 여파가 일본 엔화 급등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오는 6월까지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8엔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일본 엔화는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주요 10개국(G10) 통화 중 가장 가파른 매도세를 겪었다. 하지만 최근 일본 엔화 가치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달러대비 엔화 가치는 지난해 12월 저점에서 7% 상승했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27일에만 1% 가까이 상승하며 지난해 11월 18일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여기서 엔고 모멘텀이 쌓이면 오는 6월까지 엔화 가치가 2% 추가로 올라 달러·엔 환율이 108엔대를 기록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러한 전망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규제완화, 인프라 재정비, 감세 정책 등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국 대선 이후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엔화 가치가 하락했다. 그러나 두 차례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법원의 제동으로 효력을 상실한 데 이어, 오바마케어 대체법안인 이른바 ‘트럼프케어’마저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초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운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게 됐다. 여기에 일본 실질 이자율이 상승하는 등 내부적 요소 역시 엔화 강세를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치다 미노리 도쿄은행-미쓰비시UFJ 글로벌마켓리서치 책임자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떨어지면서 실질금리를 끌어올리는 등 일본의 내적 변수가 엔화 가치를 점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달러·엔 환율이 6월까지 108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 연말 달러·엔 환율 전망을 107엔대로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핵심물가지수는 지난 1월 0.1% 상승했다. 13개월 만에 첫 플러스(+) 성장세였으나 상승 원인 대부분 경제 선순환에 따른 것이 아닌 유가 상승세 효과분이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 역시 지난 3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약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우치다 책임자는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지난해 11월 8일 대선 이후 저점 대비 5% 낮은 상태여서 여전히 엔화 강세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시게 다쓰히로 GCI애셋 선임 환율 전략가는 달러 가치가 기술적인 심리지지선인 111.35엔대로 떨어진 것은 단기간 엔화 매도세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단 달러·엔 환율이 111.35엔대로 떨어지면서 107.50엔대가 돼야 엔화가 다시 매수 모멘텀을 찾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달러·엔 환율이 100엔대까지 떨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오카가와 사토시 미쓰이스미토모뱅킹 선임 글로벌마켓 애널리스트는 전망했다. BoJ가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5일 석달만에 기준금리를 다시 올린 데 이어, 올해 중 금리를 두 차례 더 올릴 인상할 것임을 시사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