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2015년 머리에 쓰는 형태의 헤드마운티드디스플레이(Head Mounted DisplayㆍHMD) 증강현실(AR) 기기 ‘홀로렌즈(HoloLens)’를 공개하자 세상이 놀랐다. AR 기기가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주위 환경을 정밀하게 인식해 가상의 물체 영상을 마치 현실 속에 있는 것처럼 구현한 것은 홀로렌즈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홀로렌즈를 분해해서 분석한 결과를 22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이 제품을 들여다본 한 HMD 엔지니어는 “홀로렌즈는 높은 명암비와 휘도 등 고성능의 디스플레이를 실현하고자 비싼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며 “보통은 쓰지 않는 부품들이 있었다”고 감탄했다.
한편 각종 기기를 분해와 부품을 분석하는 업체인 테카나리에의 시미즈 히로하루 대표는 “아직 홀로렌즈는 미완성의 제품”이라며 “당장 판매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필요한 부분에는 아낌없이 돈을 썼지만 그 밖의 부품은 거친 느낌이 있는 불균형한 구조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현재 홀로렌즈는 개발자나 기업용으로 나온 상태로 가격은 33만3800엔~55만5800엔(약 336만~560만 원)에 이른다.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기에는 너무 높은 가격으로, 지금 나온 제품은 상용화 직전의 프로토타입임을 시사하고 있다.
고글 형태의 전면 케이스를 분해하면 눈앞에 영상을 표시하는 도광판이 있고 그 위에 광학모듈과 환경인식용 카메라 등 각종 센서와 부품을 메인보드 위에 3차원으로 구현한 형태다. 안경테 부분 내부에는 배터리와 스피커가 내장돼 있다.
고품질 AR 영상의 열쇠를 쥔 요소 중 하나가 광학 모듈이다. 홀로렌즈의 광원은 LED이고, 디스플레이 소자는 대만 하이맥스테크놀로지스의 실리콘액정표시장치(LCOS)를 썼다. 다중렌즈와 회절격자(회절과 간섭 등을 이용해 빛의 스펙트럼을 얻는 장치) 등으로 영상을 굴절 확대해 도광판을 통해 눈에 보내는 구조다. HMD 엔지니어들에 따르면 홀로렌즈는 광학모듈에서 발생한 불필요한 빛이 영상품질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생산 난이도가 높은 광학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
AR 기술의 또 다른 핵심요소는 주위 환경을 인식하는 센서다. 홀로렌즈는 전면 상단과 좌우에 각각 2개씩 무려 6개의 센서(카메라)를 달아 이미지를 촬영해 외부 환경을 파악한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엔지니어들은 카메라 하나하나가 배치와 각도 등이 상당히 다양한 변수를 놓고 실험한 결과 얻어진 것이라고 봤다.
메인보드에서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생산한 D램 2개와 일본 도시바의 64기가바이트(GB) NAND플래시메모리, 블루투스/무선 LAN 겸용 통신 칩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MS가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실감 나는 AR 영상을 가능하게 하는 반도체 칩인 ‘HPU(Holographic Processing Unit)’는 좀처럼 발견되지 않았다. 이 칩은 각종 센서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위 공간 지도를 작성해 자기 위치를 찾는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사용자가 현실 공간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3차원 가상영상을 표시하게 해 준다.
이에 신문은 HPU가 메인보드 위에 노출되지 않고 D램 패키지 밑에 적층 구조로 숨겨져 있다고 추정했다. MS가 발표한 HPU 크기는 D램과 동일하다.
좌우 안경테 부분에는 각각 3개의 배터리와 스피커가 있었다. 총 6개인 배터리는 홍콩 암페렉스테크놀로지(ATL) 제품이다. 배터리 용량은 4362mAh로 사용시간은 2~3시간 정도다. 배터리 총 무게는 약 71g으로, 홀로렌즈 전체 무게 579g의 약 12%를 차지한다. 후두부에 가까운 안경테 끝 부분에 배터리를 배치해 무게 균형을 잡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