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가동 시 경제성뿐 아니라 환경과 안전까지 고려하도록 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세먼지로 인해 환경오염이 악화하고 잦은 지진 등으로 원전 사고의 위험이 상존하는데도 산업통상자원부는 석탄화력 성능 개선과 환경설비 교체로도 환경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4일 국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장병완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기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현행법은 경제 급전(전기공급)의 원칙에 따라 연료비가 가장 낮은 발전기부터 급전 지시를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석탄ㆍ원자력발전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반면, 친환경이지만 연료비가 상대적으로 비싼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가동 순위가 뒤로 밀렸다.
개정안은 ‘전기판매사업자는 발전원별로 전력을 구매하는 우선순위를 결정할 때 경제성, 환경·국민 안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앞으로 원전과 석탄발전의 비중에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특히 올해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이 예정돼 있어 저탄소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 개정에 따라 정부가 실질적인 정책 반영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7월 노후 석탄발전 10기를 폐지하고, 2030년까지 기존 석탄발전 환경설비 교체, 신규 석탄발전 환경설비에 총 11조6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회기후변화포럼 주최로 지난 22일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이창훈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원장은 “최근 전기사업법이 개정됐지만 환경급전방식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지, 초미세먼지 농도가 어느 정도일 때 석탄 발전을 LNG 발전으로 대체할지, 대체 규모를 어떻게 산정할지 세부 논의가 전혀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직 숙명여대 교수는 “기존 석탄화력과 신규 환경시설 강화 등의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며 “기존 시설에 대한 정부 발표 계획은 2030년까지의 계획으로 미세먼지의 급격한 감축을 수반하지 못하므로, 획기적인 대책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평균 가동률 90%인 석탄발전을 줄이고 천연가스 발전을 우선적으로 가동시키는 대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전력가격 현실화를 통한 적극적인 전력 수요 감소 정책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