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으로 현지 사업이 악화일로인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사태 진화에 직접 나섰다.
신 회장은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과 관련한 회사의 입장을 밝혔다. 신 회장이 서구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2011년 회장직에 오른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중국을 비롯해 해외 시장에 롯데의 입장을 알릴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신 회장은 인터뷰에서 사드 부지 제공 결정은 한국 정부의 요청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즉 한국 정부가 요청하는 데 민간 기업이 이를 거절하기는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그는 “정부가 우리 같은 민간 기업에 요청하는 데 이를 거절할 여력은 없다”고 말했다.
롯데는 지난 2월 27일 경북 성부 골프장을 국방부에 사드 부지로 제공하기로 하면서 이에 반발하는 중국의 주요 타깃이 됐다. 현재 중국 내 롯데마트 99개 중 76곳이 안전상의 이유로 운영이 중단됐고, 미국 기업 허쉬와 합작한 롯데상하이푸드 역시 비슷한 이유로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온라인에서는 중국 시민들이 롯데 제품을 부수거나 불도저로 밀어버리는 동영상이 돌아다니는 등 중국 시민 사이에서도 롯데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신 회장은 중국 내 반응에 놀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면서 “나는 중국을 사랑하고 우리는 중국에서 계속 사업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중국에서 롯데의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도 피력했다. 그는 “롯데는 중국에 50억 달러를 투자했고 현재 2만5000명을 고용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롯데는 전체 매출의 10%를 중국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1월 중국을 방문해 갈등을 풀려고 했지만 최순실 스캔들에 연루돼 출국을 금지당해 계획을 접어야 했다. 그는 1월 중국 방문이 이뤄졌다면 갈등이 풀렸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5월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이 중국과의 갈등을 해결해 롯데가 사업을 재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바람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