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상임감사직을 계속 공석인 상태로 유지할 전망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사회에 감사위위원회를 두고 상근감사 업무를 감사실 책임자급이 대행하는 현재 시스템을 끌고 간다. 국민은행은 이날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상임감사 선임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국민은행의 상임감사직은 2년 넘게 비어 있다. KB금융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 사이의 갈등으로 빚어진 이른바 ‘KB사태’와 관련된 정병기 감사가 2015년 1월 사퇴한 이후 줄곧 공석이다.
금융권에는 국민은행이 상근감사직을 오랜 기간 비워 둔 것에 대해 윤종규 지주 회장 겸 은행장의 지배력 강화, KB사태 재발 방지, 낙하산 인사 대비 등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특히 이 중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낙하산 인사에 대한 대비이다.
국민은행은 정책금융기관이었던 주택은행과 합병을 통해 출범해 낙하산 인사에 취약한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국민은행의 상임감사 자리는 거의 낙하산 인사 차지였다. 여러 사유로 무산되기는 했지만 정 감사 퇴진 이후에도 청와대와 금융당국 인사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오르내린 바 있다.
현재 비어 있는 상임감사직은 윤 회장의 입장에서 정부의 찍어 내리기식 낙하산 인사에 대처할 수 있는 일종의 ‘조커 카드’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은행장이 비어 있는 데다 오는 5월 대선 이후 변화할 정국에 미리 대비해 놓으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는 11월 임기 만료 이후 연임을 생각하는 윤 회장에게 낙하산 인사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상임감사 자리를 외부에 내어주고 국민은행장 자리를 내부에서 지키는 방법을 구상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상임감사 자리를 계속 비워 두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 상법상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가 있으면 감사를 반드시 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모두 상임감사를 두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감사위원회가 역할을 충분히 하기 때문에 상근감사 유무가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 금융 계열사가 감사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는 등 금융권에 상근감사직을 없애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점도 국민은행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의 이러한 추세를 바라보는 감독당국의 시각은 다르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상근감사를 없애고 감사위원회 체제로 가는 것은 사외이사들의 전문성이 확보가 전제될 때 이상적일 것”이라며 “겉으로 보이는 시스템만 바꾼다면 내부통제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