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도 ‘금녀의 벽’은 공고했다.
주요 보험사·카드사에 입사한 100명 중 45명은 여성이었지만 임원까지 오른 여성은 단 2.3명에 불과했다. 과거에 비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고위직 진출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유리천장은 두터웠다.
이는 결혼과 출산, 육아 과정에서 업무 단절 등으로 승진 차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이투데이가 주요 보험사·카드사 9곳의 여성 임직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임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3%에 불과했다. 9개 곳 가운데 5곳은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해당 조사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 카드사(신한카드·국민카드·삼성카드) 등 9개 사 상무 이상 임원급을 대상으로 했다.
여성 임원이 전무 한 곳은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신한카드, 국민카드였다. 삼성화재, 신한카드는 각각 손보, 카드업계 1위사다.
삼성화재는 전체 임원 58명, 신한카드는 임원 8명 모두 남자였다. 현대해상도 전 임원 48명, 동부화재 31명, 국민카드도 13명 중 여자는 한 명도 없었다.
대형 생보사와 삼성카드는 1~3명가량 여성 임원을 뒀다.
손보사와 다른 카드사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양호했지만 여전히 극소수다. 전체 임원 중 여성 임원 비율로 따지면 3~7%에 불과했다. 100명 중 93~97명은 남성 임원인 셈이다. 회사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형사 모두 고위직 여성으로 가는 길은 닫혀있다시피했다.
그나마 9곳 중 삼성카드의 여성임원 비율(7.1%)이 가장 높았다. 구체적으로 삼성생명은 전체 임원 65명 중 3명(4.6%), 한화생명은 28명 중 1명(3.6%), 교보생명은 39명 중 2명(5.1%), 삼성카드는 28명 중 2명(7.1%)이 여성이었다.
직원으로 내려오면 금녀의 벽은 상당부분 허물어진다. 여성이 전체 직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거나, 남성 직원 수를 웃돈 곳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승진 과정에서 대거 탈락해 100명 중 2명가량만 고위직 임원에 입성하게 된다.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단절되는 것은 출산과 육아 과정에서 업무 연속성이 끊기고, 술자리 등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직장 여성이 결혼·출산 이후 일과 가정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는 문화가 여전한 것도 유리천장을 더 공고하게 한다.
제2금융권에 다니는 한 여직원은 “능력적인 부분에서 남녀 차이는 거의 없는 것 같다”며 “다만 남자 상사와 같이 운동도 하고 술도 먹고 해야 승진 과 고위직 진출에 유리한데 여성은 육아 문제 등으로 그런 자리에 참여할 수 없어 승진에서 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직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동부화재, 가장 낮은 곳은 삼성카드였다.
동부화재는 총 직원(4606명) 중 여성(2592명)이 56.3%로 남성보다 많았다. 삼성생명은 44.6%, 삼성화재 44%, 신한카드는 45.5%로 절반 가까이 여성 직원이었다. 삼성카드의 여성직원 비율은 35.5%로 유일하게 30%대를 기록했다.
한편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가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국가별 유리천장지수(15년 3월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100점 만점에 25.6점으로 28개 국가 중 가장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1위는 80점을 받은 핀란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