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은 남침(南侵)이 아니라, 북침(北侵)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즉 6·25전쟁은 북한이 남한으로 침입한 게 아니라, 남한이 북한으로 침입함으로써 일어난 전쟁이라는 것이다. 역사를 왜곡하는 잘못된 주장이다.
어느 날 학생들과 얘기를 나누던 중에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북침이 맞지 않느냐?”라고 말하는 학생 때문에 깜짝 놀랐다. 그렇게 말하는 까닭을 물었더니 “북한이 침략해 왔으니 ‘북침’이 맞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학생은 이념이나 사상과는 전혀 무관하게 한자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그저 단순히 용어를 잘못 이해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옛날 공안정국이었다면 이 학생은 영문도 모르는 채 잡혀가 적잖은 고초를 당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오싹 소름이 끼쳤다.
남침, 북침에서 남과 북은 방향을 가리키는 방향 부사이다. 즉 ‘남쪽으로’, ‘북쪽으로’라는 부사로, 뒤에 오는 ‘侵’ 즉 ‘침략하다’라는 말을 꾸미고 있다. 그러므로 남침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침입했다는 뜻이고, 북침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침입했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용례는 매우 많다. 조선 후기의 시대 상황을 표현하는 말로 많이 사용하는 ‘서세동점(西勢東漸)’이라는 말은 서양의 세력이 동양의 ‘동쪽으로’ 젖어 들어왔다는 뜻이고 ‘북진통일(北進統一)’의 ‘北進’은 ‘북쪽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다. 추사 선생이 신라 진흥왕순수비를 발견한 후, 비를 보호하기 위해 비각을 지었을 때 쓴 현판 ‘북수고경(北狩古竟)’ 또한 ‘북쪽으로 국경을 넓혀 나가다’라는 뜻이다.
한자에 대한 기본 상식만 갖추었어도 학생은 “북한이 침략해 왔으니 ‘북침’이 맞지 않느냐?”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말의 70% 이상이 한자어인 이상, 국어교육에서 한자 교육은 결코 홀시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