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도서관장인데도 책 읽을 시간 내기가 참 어려워요. 우리 사서들도 마찬가지예요. 바쁘게 살아가는 사회인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이정수 서울도서관장은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공공도서관장을 10여 년간 역임하며 평생을 책과 함께 살아왔다. 그런 그조차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현실은 한국 사회의 ‘독서의 위기’를 상징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공공도서관 정책이 나아갈 길에 대해 서울시 도서관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는 이 관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이 관장이 말하는 도서관의 가치는 학교가 수행할 수 없는 영역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 기관적인 성격에 있다. 입시위주 경쟁식 교육 현장에 대해 “우리 아이들은 경쟁자를 팔꿈치로 밀쳐내가며 이겨나가는 ‘팔꿈치 사회’에 산다고도 하더라”라고 평한 그는 “학교에선 정답과 다른 답을 내놓으면 ‘틀렸다’고 하지만, 도서관의 독서교실에서는 ‘왜 그렇게 생각하니?’라고 묻는다. 성적에 따라 줄세우지 않으면서 아이들의 생각이 깊어지게 하고, 위로하는 곳이 학교와 다른 도서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의도로 도서관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엄마들은 영어 관련 프로그램 등에만 집착해서 원치 않는 아이를 강제로 도서관에 밀어넣기도 하더라”라고 말하며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현행 공공도서관 정책의 가장 큰 맹점은 시설 위주 투자 정책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관장은 “아직 우리 도서관 정책은 건물 멋지게, 많이 짓자는 식의 ‘하드웨어’적인 부분의 투자에만 머물러 있다”며 “사실 도서관은 필요한 자료의 확충이나, 시설을 운영해 나갈 전문가인 사서의 배치 등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이 중요한데 아직은 이 부분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대학엔 사서 업무를 희망하는 문헌정보 학도들이 많지만 공무원 총정원제에 함께 영향을 받는 공공도서관 사서직 특성상 충원에는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한 서비스 질의 악화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인 이 관장은 실용적인 지식 습득보다 인문 소양 증진을 위해 독서를 하는 것에 더 가치를 뒀다. 그는 “책이란 누군가에게 참고문헌일 수도, 소일거리일 수도, 궁금증 해소의 수단일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책을 읽는 행위란 궁극적으로는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해주는 것이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가치의 추구를 위해 공공도서관이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