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25개 자치구가 올해 도서관 사업과 독서동아리 지원 확대에 힘쓰며 ‘책 읽는 도시, 서울’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쟁·차별 위주의 교육체제 부작용이 가져온 사회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지식의 혜택을 평등하게 하는 ‘지식 복지’가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책 읽는 도시, 서울’ 사업은 더 힘을 받고 있다. 전국적으로 문화기반 시설인 공공도서관을 활성화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서울시, 연내 공공도서관 14곳 건립 = 서울시는 올해 13개 자치구에 공공도서관 14곳을 건립하는 데 129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39억 원 늘어난 것이다. 올해 새로 지원하는 자치구 도서관 건립 사업은 마포중앙도서관, 길음동 문화복합미디어센터 내 공공도서관, 용산 구립 어린이·청소년 도서관, 내곡중학교 내 도서관, 상봉2동 도서관, 김근태 기념도서관 등 7곳이다.
시는 또 시민들의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해 자치구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의 장서 확충을 위한 도서 구입비 등 운영 예산 89억 원도 지원한다. 자치구 126개 공공도서관 운영비는 69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1억 원, 작은도서관 지원은 20억 원으로 1억 원 늘었다.
이와 함께 소외계층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해 5400만 원을 신규 편성한 독서복지 사업을 추진한다. 공모로 10개 도서관을 선정해 장애인·노인·다문화인·저소득자 등 도서관 이용이 어려운 계층을 대상으로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확충된 예산으로 신규 공공도서관 건립이 추진되고, 다양한 독서문화 진흥사업을 통해 독서로 시민의 힘을 키우는 ‘책의 도시 서울’에 한걸음 더 도달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함께 도서관을 통해 독서 문화를 향유해 독서 세포가 자극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책사랑… 최고 복지정책은 ‘지식복지’ = 지식복지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곳은 관악구다. 국회도서관장을 역임해 자타공인 도서관 전도사·전문가로 불리는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도서관이 가장 좋은 지식복지이자 생산적 복지라고 강조하며, 도서관·독서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유 구청장 재임 이후 관악구는 도서관과를 신설, ‘걸어서 10분 거리의 작은도서관’을 내세워 공공도서관 1곳과 작은도서관 37곳을 지어 현재 공공·작은도서관은 모두 43곳에 이르렀다. 공원도서관, 미니버스 3대가 지하철역·집 근처로 책을 배달해 주는 ‘지식도시락 배달’도 성공시켰다. 지식도시락 배달로 지난 1년간 배달된 책만 40만 권, 쌓으면 후지산의 약 2배 높이다.
관악구에는 도서관·복지관·어린이집·학교·직장 등에 소속된 독서동아리가 300개에 달한다. 이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다. 서울시 전체 1006개 독서동아리 가운데 30%가 관악구에 몰려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수치는 구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체계적인 관리 때문이라는 게 관악구의 설명이다.
관악구는 5명 이상의 주민이 월 1회 이상 정기모임을 갖는 독서동아리를 지원한다. 지역 독서동아리 활성화를 위해 2013년부터 도서비 등 활동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255개 독서동아리가 혜택을 받았다. 관악구는 효율적인 독서동아리 운영을 위해 동아리 운영 방법이나 예산·회계정산, 독서토론 진행 방법 등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정기적인 상담도 하고 있다. 등록된 독서동아리에는 구립 도서관, 싱글벙글 교육센터 등 17곳의 동아리 활동 공간이 제공된다. 각 동아리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행사나 정기적인 독서동아리 발표회도 열고 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도 올해 독서문화 진흥 사업을 다각도로 추진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용산구는 옛 원효로구청사(백범로 39)를 활용해 1056㎡ 규모의 어린이·청소년 도서관을 조성한다. 용산구 어린이·청소년 종합타운 건립의 일환으로 종합타운 3층에 들어설 청소년 도서관은 3만 권의 장서를 갖추게 된다. 용산구는 종합타운 건립에 발맞춰 오는 하반기 중 도서관 위탁 운영기관을 선정하고, 내부 인테리어 공사와 물품 구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도서관 개관은 내년 1월이다.
용산구는 올해 공공도서관 도서구입 예산으로 4억7000만 원을 확보했다. 어린이·청소년 도서관 외에도 구립 청파도서관에 2000권, 공립 작은도서관(12개소)에 3700권, 어린이 영어도서관(2개소)에 500권을 신규 구매한다. 용산구는 또 지역주민에게 개방·운영 중인 사립 작은도서관에도 도서구입비를 1400만 원 지원한다. 용산구 민간이전 지방보조금 운영 기준에 따라 공모를 거쳐 지원 대상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주민 생활권 내에서 양질의 도서를 제공하고 지식정보 격차를 해소하고자 한다”며 “미래 세대를 이끌어갈 어린이 청소년들을 위한 도서관 확충 사업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성북구도 독서동아리 사업 지원 등을 통해 지식복지에 힘쓰고 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독서동아리 사업 지원에 나선 이유는 이 같은 문화 사업이 마을 공동체의 기틀을 마련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김 구청장은 “자율적인 소규모 독서 활동인 독서동아리 운영을 위한 재정적 지원은 지역 주민의 책 읽는 풍토 확산 및 인문 철학적 사고를 키우는 것과 더불어 토론하는 문화를 함양시킬 수 있는 마을 공동체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복지 문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박춘희 송파구청장 역시 지난 2012년부터 ‘책 읽는 송파’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관련 사업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책 읽는 송파’ 완결판인 전국 최초 공립 책 박물관 건립에 박차를 가한다. 책 박물관은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사업 기부채납부지에 연면적 7500㎡ 규모에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지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