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전하는 방송에서는 어김없이 행정구역 명칭인 전라도와 경상도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런데 일기예보를 할 때는 어느 방송이나 다 호남, 영남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왜 그럴까? 학생들에게 그 까닭을 물었다. 제대로 대답하는 학생이 거의 없다. 아예 호남, 영남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조차 모르는 학생이 수두룩했다.
경상북도 문경의 새재는 ‘새의 재’, 즉 새나 넘을 수 있는 높은 고개라는 뜻이며 이것을 한자로 표현하여 ‘조령(鳥嶺)’이라고 했다. 조령 남쪽의 사람들이 서울로 가기 위해서는 장사 길을 떠나는 상인도, 과거시험을 보러 가는 선비도 반드시 이 조령을 넘어야 했다. 거꾸로 서울로부터 과거에 합격했다는 기쁜 소식도, 장사에 성공했다는 경사도 다 이 고개를 넘어와야만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경상북도 문경, 즉 ‘聞慶(聞:들을 문, 慶:경사 경)’은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는 곳’이라는 뜻에서 생긴 지명이다. 이런 연유로 조령 이남 지역을 예로부터 영남(嶺南)이라고 불렀다.
전라북도 김제에는 우리의 역사상 가장 큰 인공호수였던 벽골제가 있었다. 지금은 터만 남아 있지만 과거엔 그 저수량이 어마어마했다고 한다. 산맥이나 고개, 강이나 호수는 날씨에 많은 영향을 준다. 날씨는 자연환경에 따라 변하지 행정구역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일반 뉴스를 방송할 때는 행정구역상의 분류인 전라도, 경상도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일기예보를 할 때는 호남, 영남은 물론, 태백산맥의 대관령, 미시령 등 높은 고개[嶺]를 두고 동과 서로 나뉘는 영동(嶺東)과 영서(嶺西)로 지역을 나누어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일기예보 외에도 선거판에서는 호남민심, 영남민심이라는 말을 적잖이 사용한다. 전라도와 경상도라는 행정구역으로만 구분하기엔 뭔가 서로 다른 분위기, 즉 기류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표현을 하게 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