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중 대표적 비둘기파 중 한 명인 함준호 위원으로 추정되는 금통위원이 석 달 때 금리정책의 ‘정책여력 확보’ 시각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 연준(Fed)의 3월 금리인상설이 가시화하고 있어 향후 그의 스탠스 변화를 주목해 볼 대목이다.
반면 금통위원들 대부분은 1월 한은이 전망한 성장률 경로에 부합하는 길을 걷고 있다고 진단했다. 물가는 한은 물가목표치인 2%를 밑돌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불거진 4월 위기설 등에 대해서는 사실상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함 추정위원은 지난해 4월과 5월에도 각각 ‘향후 금리조정의 유연성을 견지함이 바람직’하다는 것과 ‘신축적 금리조정 여력을 확보함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해 6월 한은은 정책금리를 역대 최저수준인 1.25%로 전격 인하했었다.
이에 따라 이 같은 문구를 유지한 함 위원은 여전히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실제 “대내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실물경기와 금융순환의 괴리, 가계와 기업 간 신용순환의 비동조화 등에 내재된 잠재적 금융 불안정성은 통화정책의 유연한 운용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금통위원 대부분은 한은이 전망한 1월 성장경로에 부합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A위원과 B위원은 각각 “지난 1월 전망경로에 부합하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 “지난 1월 초의 예상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탄핵정국에 소비는 부진하다는 평가다. C위원은 “민간소비는 소비심리 회복 지연 등으로 당초 전망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평했다. D위원도 “대통령 탄핵 정국과 함께 발생한 소비자 심리지표의 급락뿐 아니라, 소매 판매 및 서비스 산업생산 등 실물지표도 민간소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물가 추이도 대체로 한은 전망에 부합한다는 평가다. 하지만 한은의 물가목표치 2%를 달성하긴 어려울 것으로 봤다. B위원은 “물가 추이의 기본 패턴에는 변화가 없다”고 진단했다. C위원도 “상당 기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어 소비자물가가 목표치인 2%를 지속적으로 상회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최근 시장에서 불거지고 있는 4월 위기설에 대해서는 일축하는 분위기였다. C위원은 “4월 위기설 등이 출현하는 이유도 여러 가지 불확실성 요인에 대한 시장과 경제주체들의 과민 반응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위원 역시 “이런 주장은 다양한 리스크 요인이 동시 다발적으로 현실화하는 경우를 전제한 것으로 합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현행 1.25%로 유지했다. 지난해 7월부터 이어진 만장일치 동결행진이 8개월째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