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 등으로 사회 분위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백화점이 고객에게 숨돌릴 수 있는 ‘힐링정원’이 됐으면 한다.”(김은경 팀장)
3월이지만 꽃샘추위로 쌀쌀한 날씨다. 꽃들이 아직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백화점에 가면 봄꽃들을 미리 만나볼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24일부터 내달 29일까지 압구정본점, 무역센터점 등 15개 전 점포에서 ‘봄, 꽃피다’란 주제로 봄꽃 축제를 진행한다. 고객에게 퀄리티 높은 경험을 선사하고 감성을 자극해 집객효과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 브랜드 전략팀은 현대백화점의 ‘이미지’를 맡고 있다. 브랜드 콘셉트에 맞춰 제품 전시 등 매장 전체를 꾸미는 일을 포함해 우편물, 책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소비자와 직접 교류하고 있다.
“꽃 브랜드와 협업해 팝업스토어, 포토존 등을 열어 봄 분위기를 냈다. 꽃 소비 촉진을 위해 매장 위치도 에스컬레이터 옆, 백화점 입구 등 고객이 붐비는 장소에 집중해 배치했다.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화훼농가도 돕겠다는 취지다.”(김은경 팀장)
김 팀장은 고객에게 꽃을 매개로 백화점이 화사하고 밝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줬으면 좋겠다고 소회를 덧붙였다. 국내 백화점이 일부 점포에서 봄이나 꽃을 주제로 소규모 꽃 장식을 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한 달간 ‘꽃’을 전 점포의 테마로 삼고 백화점 내·외부 공간을 꾸민 것은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본점 내·외부를 튤립·수선화 등 3만 송이의 생화로 단장, 총 10만 송이의 생화와 조화로 15개 전 점포를 꾸몄다. 이 과정에는 브랜드 전략팀의 깐깐한 고민도 녹아 있었다.
“시각적으로 꽃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꽃향, 클래식 등 음악도 연출해 공감각적으로 봄 분위기를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향은 호불호가 있을 수 있는 문제인데 방향제 향들을 활용했더니 고객들의 반응이 좋았다.”(김민정 대리)
“데이지는 봄꽃인데 고객이 가을꽃인 들국화로 오해할 수가 있었다. 고객들이 꽃에 대해 관심을 두고 선물하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에 ‘문화를 선도하는 데 백화점의 역할이 중요하구나’라고 생각했다.”(하지성 차장)
이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의지와도 관계 있다고 하 차장은 귀띔했다. 정 회장은 2009년 취임 이후 ‘감성’을 자극하는 문화를 강조해왔다. 이에 현대백화점은 각 매장의 봄꽃 분위기 연출과 함께 식품관에서 ‘식탁에 봄이 오면’을 주제로 달래, 냉이 등 봄 관련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 창사 이래 처음으로 꽃배달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여타 백화점과 다른 독특한 테마가 있다. 봄꽃도 봄을 맞이해 갑자기 나온 아이디어가 아니다. 예전보다 더 여성 고객을 중시하는 부드러운 분위기가 많이 흘러들어 온 듯하다. 옥상 정원의 중고장터, VIP 여행 등 감성을 울린 마케팅도 현대백화점이 시초다.” (하지성 차장)
현대백화점은 업계 최초로 백화점이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고객에게 전파했다. 현대백화점이 2005년 본점 20주년 기념으로 백화점 주차장에서 선보인 콘서트는 당시 파격적인 기획이었다. 특히 40~50대 주부고객들이 많은 관심을 가졌다. 쇼핑과 함께 예술·강연 등 문화를 즐기고 자기계발을 원하는 고객의 요구를 만족하게 해 집객률을 높였다. 어수선한 시국과 소비심리 위축 상황에서도 문화강좌나 공연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백화점마다 고객의 문화 감성을 자극하는 것은 필수 전략이 됐다.
“요즘 고객은 단순히 물건 구매로 만족하지 않는다. 경험이나 퀄리티를 얻었다는 공감이 있어야 한다. 단순 소비보다 한 단계 높은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진행된 ‘봄꽃 창작시’ 공모전에선 1500명이 넘는 고객이 시를 쓰며 자신의 감성을 표현할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문성진 대리)
공감이 중요하다는 현대백화점 브랜드 전략팀은 앞으로도 고객과 직접 교류하도록 힘쓰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현대백화점이 내세운 연매출 20조 원, 영업이익 2조 원의 ‘열정비전 2020’에 다가가겠다는 각오다.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백화점이 되길 희망한다는 브랜드 전략 팀원들에게서 열정이 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