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는 아이폰과 자동온도조절장치, TV에 이르기까지 커넥티드 기기의 핵심요소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동통신사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나 와이파이와 비슷하면서도 소비자 편의성이 더 좋은 새 기술의 등장 등 와이파이를 쓸모 없게 만들 수 있는 위협적인 변화가 일어날 조짐이라고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주요 이동통신사들은 모두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사용자들이 통신 요금을 걱정하지 않으면서도 와이파이망을 찾아 로그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 주의 한 기업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버라이존와이어리스의 무제한 데이터 플랜에 가입했다”며 “그동안 와이파이 핫스팟을 찾느라 매우 불편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리포트링크의 한 설문조사에서 미국 응답자의 약 3분의 1은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했기 때문에 이제 가정용 광대역 인터넷을 쓰지 않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와이파이가 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무선통신 사업자는 여전히 증가하는 인터넷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처리하고자 여전히 와이파이에 의존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동영상과 스포티파이의 음악 등 막대한 트래픽을 차지하는 서비스를 모두 일반 이동통신망으로 처리하면 네트워크 품질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
와이파이는 또 혁신에 개방적이며 정부의 허가가 필요없는 ‘비면허 주파수 대역(Unlicensed Spectrum)’에서 자유롭게 운영되고 있다는 기술적 장점도 있다.
그러나 이런 기술적 장점을 흔들만한 존재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 중 하나가 와이파이처럼 비면허 주파수 대역을 쓰면서 LTE 방식으로 신호를 송출하는 ‘LTE-U’다. LTE-U는 사용자들이 공개 와이파이 핫스팟을 찾고 직접 암호를 입력해 로그인해야 하는 불편함이 없이 기존 이동통신망과 LTE-U를 원활하게 왔다갔다하면서 무선 인터넷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LTE-U보다 좀 더 개선된 기술을 적용한 ‘LTE-LAA’도 있다.
최근에는 ‘민간광대역무선서비스(CBRS)’로 불리는 새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지난 2015년 3.5기가헤르쯔(㎓) 대역의 군사용 주파수를 상업용으로 개방했다. 이 주파수는 이동통신용 주파수에 비해 품질은 낮지만 LTE 발달로 주파수가 부족해진 상황이어서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CBRS는 바로 이 주파수를 활용해 와이파이처럼 쓸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또 전문가들은 군사용 주파수를 바탕으로 한 기술이어서 와이파이보다 신뢰성도 높기 때문에 공장과 공항 항구 등에서 더 나은 옵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5세대(5G) 시대가 도래하면 이동통신사들이 입찰이나 매매를 통해 신규 주파수를 확보하는 대신 CBRS를 이용해 5G를 더욱 쉽고 빠르게 보급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