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제로’ 財界, 또 官출신 사외이사 영입경쟁

입력 2017-03-0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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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전문가 잇단 선임 속 사정기관 출신 눈에 띄게 늘어…“정부 로비스트 역할로 자격요건 강화” 제기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시계(視界) 제로’에 빠진 재계가 또다시 ‘관료 출신 사외이사’ 영입을 위한 물밑 경쟁에 돌입했다. 당초 독립적인 위상으로 대기업 총수의 전횡을 견제하도록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가 기업의 대(對)정부 로비를 위해 오용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대기업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리스크 등이 주목받자, 통상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뽑는 사례가 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반(反)기업 정서 확산을 대비하기 위해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검찰청 등 이른바 사정기관 출신 사외이사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4일 주주총회에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수석대표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김종훈 연세대 특임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출할 예정이다. 글로벌 파트너링(제휴) 등 해외 사업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외교통상 전문가로 글로벌 네트워크가 강한 김 전 본부장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공정거래위원장과 국세청장을 지낸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를, 기아자동차는 국세청장 출신인 김덕중 법무법인 화우 고문을 각각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처럼 관료 출신 사외이사의 비중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상호출자제한을 받는 31개 기업집단 292개 상장사의 사외이사 803명 중 관료 출신은 290명(36.11%)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학계와 재계 출신이 각각 32.38%, 21.3%로 뒤를 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관료 출신 사외이사들이 대정부 로비스트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사외이사 자격 요건을 강화하거나 사외이사에 대한 정보 공개, 사후적 책임 추궁 강화 방안 등이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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