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저출산·고령화의 늪에 급속히 빠져들고 있다. 경제활동을 하는 생산인구는 올해 처음 감소하지만, 부양해야 할 노인 인구는 내년에 고령사회 진입을 시작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서다. 이 같은 역피라미드 인구 구조 심화로 인해 각종 사회비용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까지 위협하고 있다.
9일 정부와 경제연구기관에 따르면, 정부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인구 구조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후유증을 낳기 시작했다. 10년 전부터 정부가 상황의 심각을 인식하고 저출산·고령화 법안을 만들고, 100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정책 효과는 실종됐다는 비판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1970년 통계치를 작성한 이래 가장 낮은 40만6300명으로 떨어졌고, 합계 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도 1.17명으로 바닥까지 닿았다.
저출산의 문제는 올해 생산가능인구 감소 현상으로 번졌다. 생산가능인구는 지난해 3763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부터 줄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오는 2065년의 생산가능인구는 2062만 명까지 추락하게 된다. 생산가능인구 구성비도 2060년부터는 50% 이하로 떨어진다.
반면 고령화 추세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내년에 고령사회 기준인 14%대에 진입하고 2025년에는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주도하는 8대 사회보험 지출 규모도 지난해 106조 원에서 2025년에는 220조 원으로 2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저출산·고령화가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LG경제연구원이 8일 발표한 ‘생산가능인구 감소 시대의 경제 성장과 노동시장’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잠재 성장률을 2010년대 초반 3.6%에서 2020∼2024년에는 1.9%로 빠르게 추락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개발은행(ADB) 역시 우리나라가 저출산·고령화로 2021~2030년 1인당 잠재 성장률이 1.5% 떨어지는 효과가 생길 것으로 분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세계 어느 국가들보다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정부가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환경 조성뿐만 아니라 사교육비 문제 등 동원 가능한 저출산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