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패션업계에 주목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중견 패션업체인 패션그룹형지가 복합쇼핑몰을 개장하며 유통업에 본격 진출한 것이다.
패션그룹형지는 지난 3일 부산 사하구에 복합쇼핑몰 ‘아트몰링’을 개장했다. 패션그룹형지는 앞서 2013년 서울 장안동의 쇼핑몰 ‘바우하우스’를 인수하고 유통사업에 진출한 바 있다.
아트몰링 개장은 패션그룹형지에 사업다각화의 의미도 있겠으나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패션그룹형지가 재고자산을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패션업은 그 특성상 재고자산 관리가 수월치 않다. 일례로 아이폰, 갤럭시 등의 핸드폰은 신제품이 나오면 여러 색상을 고려하더라도 생산제품 가짓수(SKU)가 10여 개를 넘기 어렵다. 하지만 패션업은 제품 디자인별로 호수, 색상, 성별 등에 따라 수십 품목을 생산해야 하고, 여러 브랜드를 보유한 패션업체라면 제품 가짓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업계에 따르면 의류시장에서 정상가에 판매되는 의류는 전체의 30% 수준이다. 백화점을 비롯한 1차 유통시장에서 20~30% 할인 행사를 통해 물량이 소진되고 나머지는 아웃렛, 상설할인매장 등 2차 유통시장으로 넘어가 최대 80~90%까지 할인된 가격에 판매된다.
수많은 의류 제품을 처리하려면 다양한 유통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매출액을 재고자산으로 나눈 재고자산 회전율은 국내 패션업체가 평균 4~5 수준이다. 패션그룹형지는 2015년 말 기준 회전율이 2.6으로 2011년 5.8 대비 2배가량 재고자산이 늘었다. 판매는 크게 늘지 않은 반면 창고에 오랫동안 재고자산이 쌓여 있다는 의미다.
다만 아웃렛 등 2차 유통채널을 확보해 재고자산을 처리하더라도 업체에 무조건 이득은 아니다. 브랜드 가치의 하락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경기불황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백화점에서부터 제품을 세일해 판매하는 상황에서 아웃렛으로 떠밀려간 제품이 지나치게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면 소비자로서는 우롱당했다는 인식과 함께 소비자의 불신으로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깐깐해진 소비자의 눈높이를 충족하는 것은 물론 재고자산의 해결까지 이래저래 어려운 패션업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