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금융시스템이 자산 기준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로 부상했다. 이는 세계 금융산업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또 경제성장에 있어서 부채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졌다는 뜻이라고 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이미 지난 2011년 유로존을 뛰어넘었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 자산도 33조 달러(약 3경3181조 원)에 달해 31조 달러의 유로존을 추월했다. 미국은 16조 달러, 일본은 7조 달러를 각각 기록해 중국의 은행 자산은 미국의 두 배 이상, 일본의 네 배 이상에 이르게 됐다.
중국 금융시스템 가치는 GDP의 3.1배에 이르러 유로존의 약 2.8배도 웃돌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고자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통화와 재정부양책을 펼치면서 은행 대출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이 주원인이라고 FT는 풀이했다. 세계 각국 지도자들과 전문가들은 선진국이 경기침체의 늪에 빠져 있을 당시 중국이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으로 글로벌 경제성장의 안정을 이룬 것을 찬사했다.
그러나 이는 비효율적인 투자와 제조업 공급 과잉, 위험한 부채 수준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졌다고 FT는 지적했다. 코넬대학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중국 금융시스템의 거래한 규모는 축하하기보다는 경제가 너무 과도하게 금융 부문의 투자에 의존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중국은 비효율적인 자원배분과 막대한 신용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전문가들은 다른 선진국 시장과 달리 중국 지방정부가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은행 대출로 충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려했다. 국영 정책은행인 중국개발은행(CDB)의 자산은 2조 달러가 넘는다. 샌포드C.번스타인의 웨이허우 중국 은행 애널리스트는 “중국 기업 대출 속에는 사실상 정부의 부채가 숨어 있다”며 “다른 나라에서 정부는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자본시장으로부터 직접 자금을 조달하지만 중국은 독특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전반적인 부채 증가세를 억제하는 등 위험 통제로 정책 초점을 선회하고 있다. 여전히 이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은 부족하다. 시중에 공급되는 유동성을 종합한 사회융자총량은 지난 1월 3조7400억 위안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은행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고 주식과 채권 등 자본시장을 발전시키는 것이 금융시스템 다각화로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은 자금흐름을 관리하는 능력 약화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 입장에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