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현지시간)부터 이달 2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7’은 모바일을 넘은 또 다른 세상을 보여줬다. 분명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였지만,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음성인식 로봇과 전 세계 브랜드의 커넥티드 카들이 전시장 중심에 자리를 잡았다. ‘모바일, 그 다음 요소(Mobile. The Next Element)’라는 주제에 걸맞은 모습이었다.
◇AI 대거 등장… 싱귤래리티 머지않았다 = 전시장에는 AI를 탑재한 스마트폰과 로봇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지나가다 요상하게 생긴 사람이 있어 쳐다보면 인간의 형태와 비슷한 ‘휴머노이드’가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기도 했다. 로봇은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악수를 했다. 귀엽다고 머리를 쓰다듬으니 “기분이 좋다”고 표현하는 로봇도 있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싱귤래리티의 도래가 멀지 않았다”는 기조연설이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싱귤래리티는 질적 도약이 생기는 특정 시점으로,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기점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직은 기대했던 수준엔 못 미쳤다. 한 관람객은 SK텔레콤의 커머스봇에 한참 “아메리카노”를 외치다가 고개를 갸웃하며 자리를 떴다. 전시장이 시끄러운 탓에 말을 알아듣지 못한 것이다. 또 독일의 도이치모바일 부스에서는 센서와 5G 네트워크를 이용해 로봇이 사람의 행동을 흉내냈지만, 그 이상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영국 우분투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역시 사람의 조종으로 걸음마를 하는 수준에 그쳤다. 프랑스 오베르튀르의 로봇 역시 한계점을 뛰어넘지 못하고 대화가 아닌 혼잣말에 머무는 모습이었다.
◇신기술 집약된 커넥티드 카의 향연 = MWC에는 사물인터넷(IoT)과 다양한 네트워크 기술이 결합된 커넥티드 카가 전시됐다. 스마트폰과 연결성을 높인 스마트카부터 자율주행차까지 미래 자동차 쇼룸을 보는 듯했다.
파나소닉 부스로 들어가 커넥티드 카를 탑승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 액셀러레이터 등 외관은 일반 자동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차량은 집 안에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동차의 문을 잠그거나 여는 것이 가능하고 연료가 부족하거나 타이어 공기압이 낮으면 앱으로 경고 알림을 울렸다. 또 고장이 나면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냈다.
스마트카는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삼성전자의 아틱(Artik) 클라우드 시스템과 연동된 푸조의 콘셉트카 ‘인스팅트(Instinct)’는 자율주행이 가능한 것은 물론,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등 스마트 기기를 통해 운전 모드, 오디오, 조명 등의 설정이 가능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E-300 쿠페’에 스마트폰 앱으로 타이어 공기압, 엔진오일량 등을 확인하고 차량 내부를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 외에도 휴렛팩커드(HP)와 인텔, SK텔레콤과 협력한 BMW 등이 커넥티드 카를 선보여 관람객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