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앞에 선 삼성’ …‘3두체제’로 각자도생 닻 올린다

입력 2017-03-02 10:25 수정 2017-03-0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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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물산-생명’ 중심으로 위기 대응… ‘경영쇄신 회오리’ 재계로 확산 전망

삼성이 대체조직 없이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팀장 전원 사퇴란 초강수를 두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표준’을 잃은 타 그룹도 혼란에 빠지기는 마찬가지다.

삼성그룹 창립 79년 만에 처음으로 총수가 구속되는 과정에서 미래전략실은 최순실 게이트와 엮여 주요 의사결정이 오간 창구로 지목됐다. 삼성 선대회장인 이병철 회장이 만든 비서실과 이건희 회장의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을 거쳐 오늘날 미전실은 총수 친위조직이라는 여론의 부정적 인식도 강했다. 이번 미래전략실 해체를 비롯한 경영쇄신안은 정경유착 논란을 원천 차단하고 불법ㆍ탈법 시비를 완전히 끊겠다는 의도다. 반삼성 정서 해소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삼성이 불확실성에 놓였다는 데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아직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라 섣부른 예측은 할 수 없지만, 미전실이 주도하던 대형 인수ㆍ합병(M&A)이나 투자를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장,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신사업 투자는 과감한 결단과 신속한 의사 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계열사 독립 경영 시 최고경영자(CEO)들이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집착하면서 장기 투자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그간 그룹의 중요 사안을 조율할 때 미전실에 크게 의존해왔는데 컨트롤타워 공백 상태를 맞게 되면서 단기적으로는 계열사 간 중복투자 같은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당장 삼성그룹 차원의 상반기 공채 실시 여부도 안갯속이다. 삼성 사장단 인사 등도 마냥 미룰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 부회장이 ‘옥중 경영’으로 지휘 중인 삼성의 다음 행보를 가늠키 어렵다. 일단 지난달 28일 삼성SDI는 이사회를 열어 신임 사장으로 전영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을 내정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당분간은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이 중심이 돼 각 계열사들을 컨트롤할 것으로 관측된다. 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 작업을 통해 컨트롤타워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이번 삼성그룹의 경영쇄신은 재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동안 재계 1위인 삼성의 그룹 채용, 인사, 대관, 경영진단, 대규모 M&A 등 경영 전반을 조정했던 미래전략실은 상당수 그룹들의 벤치마킹 모델이 됐던 게 사실이다. 삼성 미래전략실처럼 별도 조직을 통해 그룹 경영을 논의하는 그룹으로는 SK, 롯데, 포스코, 한화 등이 있다.

오히려 주목받는 곳은 현대자동차와 LG 등 공식적으로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두지 않은 그룹들이 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별도의 조직 없이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가 그룹 현안을 지휘하고 있고, LG그룹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뒤 (주)LG가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삼성의 대관조직 해체 역시 재계는 물론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고심하는 포인트다. 정부에서 그동안 산업 및 경제 정책을 수립하면서 민관 합동 투자 등 기업의 협조가 필요할 때, 우선적으로 협의하는 대상은 주로 삼성이었다. 향후 관련 정책 수립 시에는 대관 조직이 사라진 삼성에서 관련 이슈를 협의할 담당자를 찾기도 쉽지 않게 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대관 조직을 해체하면서, 다른 기업들도 기존 대관 업무를 어떻게 바꿀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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