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反) 이민 행정명령의 하나로 전문직 취업비자(H-1B 비자) 심사를 강화할 것으로 보이자 인도의 정보·기술(IT) 기업들과 실리콘밸리가 긴장하는 분위기다. H-1B비자의 발급 요건에 따라 인도의 IT 기업과 실리콘밸리의 명운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H-1B 비자는 미국 내 외국인 전문직 취업비자다. 기술을 가진 외국인이 미국에서 체류하며 일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비자다. 이 비자는 한 번 발급 받으면 3년 동안 유효하고 이후에 추가로 3년까지만 1회에 한해 갱신할 수 있다. 따라서 최대 거주 가능한 기한은 6년이다. 현재 이 비자의 쿼터는 8만5000개이지만 지난 몇 년간 수요는 4배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부터 “값싼 노동력을 끌어오는 H-1B 비자를 영원히 끝내겠다”고 말해 왔다. 지난달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H-1B 비자 쿼터를 대폭 줄이는 작업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 이민 행정명령을 재검토하겠다고 예고하면서 2차로 발표될 행정명령에 H-1B 비자가 포함될 확률이 커졌다. 인력의 큰 부분을 H-1B 비자에 기대는 기업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 국토안보부와 이민국 자료에 의하면 2014년 기준으로 H-1B 비자를 발급 받은 사람 5명 중 3명이 인도의 IT 아웃소싱 기업 직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의 대표적인 IT 아웃소싱 기업인 타타컨설턴시서비스(TCS), 인포시스, 위프로는 2014년에 1만2000명 이상의 직원이 H-1B 비자를 발급받았다. 미국의 대표 IT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애플 직원은 같은 해에 약 2000명이 발급받았다. 때문에 만약 트럼프가 H-1B 비자의 쿼터를 대폭 축소하거나 심사를 까다롭게 변경하면 인도 IT 업계와 실리콘밸리 전체가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H-1B 비자에 크게 기대는 인도의 IT 아웃소싱 산업은 10억800만 달러(약 1조2198억 원) 규모다. 인도 전국소프트웨어업체연합회(NASSCOM·나스콤)는 트럼프 당선 이후 TCS, 알파벳, 위프로 등의 성장 전망을 하향했다.
도메인 등록 전문업체인 고대디의 블레이크 어빙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현재 미국에서 50만 명이 넘는 IT 기술 관련 일자리가 채워지지 않고 있다”며 “만약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시행되면 미국의 IT 기업이 글로벌 인재를 채용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