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게 감소하는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금값 불확실성을 부추긴다?
최근 시장은 6년 만에 3조 달러(약 3392조원) 이하로 줄어든 중국 외환보유액과 국제 금값의 상관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중국 외환보유고는 1월말 시점에 2조9982억 달러로 5년 11개월 만에 심리적 지지선인 3조 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최대였던 2014년 6월말 시점의 3조9932억 달러에서 2년 반 만에 약 1조 달러가 줄어든 셈이다.
외환보유액이 줄었다는 건 중국 위안화의 해외로의 유출이 멈추지 않았다는 것. 중국 경제에 대한 불신감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다. 중국은 보유하고 있던 달러 표시 자산인 미국 국채를 팔고, 위안화를 매입해오는 등 3조 달러 사수에 집착했다. 3조 달러 선이 무너지면 안그래도 약세를 보이는 위안화 가치가 추가로 떨어지고 해외 투자자가 불안감을 느껴 자본 유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 마저 중단하면 위안화에 대한 달러 강세는 한층 강해진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금값을 떨어뜨리는 재료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세계 통화 질서 혼란으로 이어져 중국 인민은행이 금을 사들이는 동기로 연결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하고, 값싼 제품을 대량으로 수출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중국은 미국 국채를 팔고 위안화를 사는 환율 개입을 통해 위안화 절하를 막는 실정인 것이다. 만일 미·중 통상 정책과 환율 정책이 마찰을 일으켜 중국이 현재의 ‘달러 매도·위안 매수’ 개입을 중단하면 위안화 약세가 가속화해 중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트럼프가 비판하는 이유와 맞아떨어지지만 결과적으로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높아져 금값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이 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의 외환보유액 감소는 중국의 금 보유고를 늘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서방국들의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금 비율은 60~70%로 높다. 기축 통화인 달러를 가진 미국은 물론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경험한 유럽에서도 전통적으로 무국적통화인 금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방증이다. 반면 중국과 일본의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한 전문가는 미국과 동맹관계인 일본으로서는 미국 국채와 달러로 외환보유액을 유지하는 게 납득이 가지만, 경제 규모에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국가적 백년대계를 감안하면 금으로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게 마땅하다고 계산할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금 생산국으로서 통화 안보 상 달러를 팔고 위안화를 사는 환율 개입을 계속함으로써 금 보유고를 늘려 달러와 함께 세계의 기축 통화 자리를 노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앞으로도 달러를 팔고 위안화를 사는 개입을 계속 할까. 그러려면 일정 수준의 외환보유액은 필요하다. 시장에서는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조 달러가 적정하다는 견해가 강하다. 1월말 시점에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2조9982억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2조 달러를 마지노선이라고 봤을 때 중국이 환율 개입에 나설 여지는 아직 충분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