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낸 1조 원대 과징금 소송은 다른 사업자의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로비를 벌였다는 퀄컴의 의혹 제기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서울고법은 퀄컴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 사건을 행정2부(재판장 김용석 부장판사)에 배당했다고 27일 밝혔다. 아직 첫 기일은 잡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소송이 시작되면 양측은 △퀄컴이 실제 불공정거래행위를 했는지 △과징금 부과 절차가 정당했는지 △공정위가 재량권을 남용했는지 등 3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다툴 전망이다.
최대 쟁점은 퀄컴이 다른 사업자의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했는지다. 이번 공정위 처분의 주요 근거이기 때문에 퀄컴 측에서도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툴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퀄컴이 합리적이고 차별 없이 표준필수특허(SEP)를 개방해야 한다는 프랜드(FRAND) 원칙을 위반했다고 봤다. 퀄컴이 휴대폰 제조사에만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칩셋사를 배제해 사업을 방해했다는 결론이다. 반면 퀄컴 측은 “업계 관행이며 사업을 방해한 적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퀄컴에 ‘우월한 시장 지배자’ 지위를 인정할지도 중요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되기 때문에 반박할 여지가 적다. 퀄컴은 2G(CDMA), 3G(WCDMA), 4G(LTE) 등 이동통신 라이선스 시장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갖고 있다. 2015년 매출액 기준 LTE 모뎀칩셋 시장에서 퀄컴의 시장 점유율은 69.4%에 이른다. CDMA의 경우 83.1%다.
퀄컴은 또 공정위 과징금 부과에 경쟁사인 삼성이 개입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돈 로젠버그 퀄컴 수석부사장은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공정위 결정은 상업적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은 부당한 절차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처분 과정에 삼성의 로비가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퀄컴의 주장이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차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퀄컴이 삼성과 공정위의 커넥션을 입증하려면 구체적인 증거를 내놔야한다”며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주장하는 건 정치적인 발언이나 지연전술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도 “퀄컴 측이 재판에서 주장할 수는 있지만 뚜렷한 증거가 없는 한 주요 쟁점이 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공정위 단계에서 퀄컴이 자료접근권과 교차신문권(퀄컴이 직접 이해관계자를 신문할 권리) 등 방어권을 보장받았는지 공방이 이뤄질 수는 있다.
그밖에 공정위가 지나친 처분을 하지 않았는지도 쟁점이다. 공정위가 산출한 과징금 1조300억 원은 사상 최대 규모다. 퀄컴은 “공정위가 퀄컴의 한국 매출을 과도하게 계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퀄컴은 법무법인 세종․화우․율촌 등 국내 대형 로펌 3곳에 사건을 맡겼다. 세종은 공정위 법무심의관을 지낸 임영철(60ㆍ사법연수원 13기) 대표 변호사를 중심으로 대리인단을 꾸렸다. 화우는 윤호일(74ㆍ사시 4회) 대표변호사가 주축이 됐다. 이들 3개 로펌은 공정위 단계에서도 퀄컴을 대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