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정의 인사이트] 여당의 정치쇼와 자가당착

입력 2017-02-1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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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차장

애초부터 ‘쇄신’을 기대한 것은 무리였을까.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간판을 바꿔 단 여당이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하는 모습이다.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해 다시 태어나겠다며 당명까지 개정했지만, 개혁의 실천 의지는 찾기 어렵다.

한국당은 지난 13일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이 큰 집권당으로서 당을 쇄신하겠다며 5년 만에 새 간판을 걸고 새 출발을 다짐했다. 그 다음 날부터는 버스를 타고 전국을 돌며 ‘반성 투어’를 시작했다. 같은 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겠다”며 금고에 보관해 왔던 국회의원 배지를 되돌려 주는 반납식까지 진행했다. 한국당은 국정농단의 책임을 통감한다는 의미로 소속 당 의원들의 배지를 회수했었다.

그러나 당명을 바꾸고 배지까지 돌려 주는 ‘쇄신 의식’은 요란한 빈수레에 불과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친박으로 대변되는 당내 계파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자고 공언했지만 책임도, 반성도 없이 조기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에만 몰두하는 모습에 ‘정치쇼’를 벌인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만 터져 나왔다.

2월 임시국회가 본격화하면서 말과 행동이 맞지 않는 여당의 ‘자가당착’ 행태는 극에 달하고 있다. 탄핵정국 속에서도 경제를 살리고 개혁입법을 이뤄 내겠다며 여야 4당이 어렵게 뜻을 모았지만, 이러한 노력은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야당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MBC 청문회 등을 ‘날치기 통과’시켰다며 한국당 의원들이 긴급 현안이 있는 대북 관련 국방위·정보위를 제외한 모든 상임위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상임위 보이콧 일정은 무기한이 될지도 모른다는 게 여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전날 열렸던 상임위는 줄줄이 취소되거나 아예 열리지도 못했다. 16일에도 정무위·기재위 등 7개 상임위가 예정돼 있지만 파행 운영은 불가피해 보인다.

김성원 한국당 대변인은 전날 고위 당정회의에서 “민생법안 중심으로 한 경제 활성화를 이뤄 내고 청년 실업 문제와 일자리 창출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결과를 이끌어 내자”고 했다. 산적한 민생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행동은 멈췄다. 2월 임시국회 내 경제활성화법을 통과시키겠다는 다짐은 벌써 온데간데없이 법안 처리에 적극 나서야 할 집권 여당이 ‘식물국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야당에서는 “개혁입법에 응하지 않고 싶었는데 이를 빌미로 잘됐다 싶어 국회를 스톱시키고 있다”라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2월 국회는 본격 대선 국면 전 경제활성화법과 개혁입법을 처리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이지만, 여당의 몽니에 임시국회가 끝나는 다음 달 2일까지 여야 간 쟁점 법안의 처리는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많다.

여당이 이러한 초강수를 둔 것은 조기 대선 국면에서 안보 이슈를 띄워 운신의 폭을 넓히고 야권의 주도권을 흔들면서 탄핵정국을 장기화해 보수층 결집을 본격화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위기가 가중되고, 경제 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악화하고 있다. 민생이 최우선이라는 집권여당의 본분을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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