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례적인 투자로 주목을 끌었던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실제로 자신의 투자 원칙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수십년간 버핏의 오른팔 역할을 해온 찰리 멍거 버크셔 부회장은 15일(현지시간) 로스엔젤레스(LA)에 열린 데일리저널코프의 수요 연례 회의에서 “버핏이 정보·기술(IT)주와 항공주 투자를 계속 배우고 있다”며 투자의 원칙을 바꿨다고 전했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이날 멍거 부회장은 투자자와 학생들을 앞에 두고 2시간에 걸쳐 광범위한 이슈에 대해 연설했다. 그는 “예전에 비해 투자 환경이 어려워졌다”고 했다. 그는 “버핏과 예전 이야기를 자주 한다”며 “투자를 사냥에 비유한다면 과거에는 사냥감이 오기를 천천히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투자 환경이 녹록지 않다. 낮은 나무에 매달린 열매를 따는 것도 예전만 못하다”고 밝혔다. 멍거 부회장은 버핏의 동업자이자 오른팔로 버핏보다 먼저 ‘가치 투자’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사람이다.
멍거 부회장은 “언론들은 버크셔가 애플과 항공주를 대거 사들인 것을 보도했는데 나는 우리가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훨씬 어려워진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버핏의 투자 원칙도 변해가고 있다는 의미다. 또 멍거는 오늘날의 투자는 가변적인 상황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시장에서 투자의 의미는 ‘끝’이 아닌 사람들이 선호하는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며 현재 투자 환경이 어렵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버핏은 원래 자신이 잘 아는 업종에만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의 포트폴리오는 금융, 유통, 철도 에너지 등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버핏이 2011년 IBM 주식을 대거 사들이면서 IT 투자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당시까지도 버핏은 애플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이후 버핏은 지난해 1분기에 애플 주식을 대거 사들이며 방향 전환을 분명히 했다. 지난 4분기에는 애플 주식을 전 분기의 1500만 주에서 5700만 주까지 늘렸다. 1분기 만에 약 4배가 늘어난 셈이다. 늘어난 애플의 주식을 액수로 환산하면 약 66억4000만 달러(약 7조5563억2000만 원)에 달한다. 버핏의 투자는 이번에도 성공적이었다. 애플의 주가는 지난 12개월간 42% 뛰었다. 14일 135.02달러로 또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15일에 0.36% 더 올라 주당 135.51을 기록하며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버핏은 애플주와 함께 항공주도 다시 사들였다. 그는 과거 항공주 투자에 실패한 트라우마 때문에 그동안 항공주와는 거리를 뒀었다. 1989년 US에어웨이 주식을 사들였다가 약 8900만 달러의 손해를 봤다. 이후에도 여러 번 항공 주 투자에 실패했다. 항공주 보유 지분을 늘린 것이 이목을 끈 이유다. 지난 4분기에 버핏은 사우스웨스트항공, 델타항공, 아메리칸항공 등 항공업체들의 지분을 대폭 늘렸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주식 432만주을 매입했고, 델타항공의 지분도 848% 늘어난 6000만주로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