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근무시간에 음주를 금지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처럼 여겨지나 영국 보험업계의 상징인 로이즈런던(Lloyd’s of London)에서는 직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로이즈런던은 단순한 보험사가 아니라 런던 보험거래소 역할을 하고 있다. 로이즈런던은 800명 직원에게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의 음주를 금지하는 새 지침을 발표했다. 이는 로이즈 직원에게만 해당되며 시장에서 일하는 다른 업체 보험 중개인이나 손해사정인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로이즈는 새 지침은 정기적인 직원 근무규정 업데이트의 일부이며 음주 관련 사고가 증가해서가 아니라 업계의 다른 사람들과 좀 더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음주 사실이 적발되면 상사에게 통보되며 징계 절차를 걸쳐 해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로이즈는 밝혔다.
그러나 회계사와 변호사 IT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로이즈 직원은 금지 규정이 너무 지나치다며 반발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런던 보험시장은 중개인과 손해사정인 등 로이즈 거래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발전해왔다. 이는 329년 역사를 자랑하는 로이즈 옆의 술집과 레스토랑 등이 항상 사람으로 붐비는 이유다.
시장 관계자들은 일반적으로 런던시티에서 점심시간에 술을 마시는 행위가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보험세계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한 소식통은 “보험 업무는 다른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과 많이 다르다. 여전히 점심을 길게 가지면서 퍼브에 앉아 술을 즐기다가 계약을 맺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보험업계에서도 금주령을 내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히스콕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QBE도 직원들에게 근무시간 중 금주를 권했으나 규정으로 제한하지는 않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런던 보험시장의 상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보험업계는 보험료의 축소와 낮은 금리에 수익성 압박을 받고 있다. 많은 보험사가 런던을 너무 비싼 장소로 보고 비용 절감을 위해 다른 곳으로의 이전도 검토하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도 불확실성을 더했다. 런던에 본사를 둔 기업들이 EU 내 다른 지역에 새로운 자회사를 설립할 수밖에 없기 때문. 로이즈 자체도 앞으로 수주 안에 브렉시트 이후 기업구조에 대한 결정을 내릴 예정이며 벨기에와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베네룩스 3국 중 한 곳에 새 EU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