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가 원전 사업에서 7125억 엔(약 7조1184억원)의 손실을 내고 심각한 경영난에 처하면서 미국 월가도 긴장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스캐나의 주가는 전날보다 4.53% 급락한 66.86달러로 1년 5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도시바의 원전 사업 손실이 고객사인 스캐나에까지 영향을 미친 탓이다. 이날 스캐나는 성명을 통해 “도시바는 원자로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완공시기가 2020년 4~12월까지 지연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캐나에 악재가 된 도시바와의 인연은 2006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도시바는 당시 원전 핵심기술을 보유한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 인수를 계기로 원전 건설 사업에 뛰어들었다. 인수 당시 예상가격의 두 배를 줘 바가지를 썼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2년 뒤 서던과 스캐나가 잇따라 웨스팅하우스에 원전 발주를 하면서 도시바의 베팅은 성공으로 이어지는 듯 했다. 2012년 초 미국 정부가 웨스팅하우스의 설계를 승인함으로써 웨스팅하우스는 스캐나와 서던의 원자로를 각각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에서 건설에 들어갔다.
하지만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때문에 미국에서 원전의 안전 기준이 강화된 탓에 추가 비용이 발생했고, 이 비용을 어느 측이 부담할 것인지를 두고 도시바 측과 발주업체 간 법적 다툼이 빚어지기도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도시바는 이달초 원전 건설에서 갑자기 손을 떼기로 했다. 도시바는 원전 건설에서 철수하더라도 현재 건설 중인 서던과 스캐나의 원자로는 마무리할 방침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도시바의 쓰나가와 사토시 사장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웨스팅하우스의 지분율을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자금난에 직면한 원전 건설 사업 앞날은 더 불투명해진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비용이 더욱 늘어나 웨스팅하우스가 계약을 지키지 않으면 스캐나와 서던의 주주는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스캐나보다 서던이 받는 영향이 작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원자로 프로젝트는 이미 계획에서 몇 년이나 지연됐고 예산도 크게 초과한 상태다.
미국의 원전 회사들은 셰일가스 증산에 의한 천연가스 가격 하락으로 전력 가격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웨스팅하우스 문제까지 불거졌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애널리스트는 “스캐나와 서던이 건설 중인 원자로는 미국의 마지막 원자로 프로젝트가 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 미즈호증권은 이날 스캐나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