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에 ‘오픈채팅’ 기능이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 불특정 다수의 사용자가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익명으로 대화할 수 있는 기능이다. 주제별로 다양한 대화방이 있었다. 혹시 기삿거리가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대화방 검색창에 ‘주식’과 ‘증권’을 검색했다. 10개 남짓한 방이 눈에 띄었다. 모두 입장해봤다.
기대감과 달리 대화방에서는 대개 잡담이 오갔다. 하지만 일부 대화방에서는 주식시장이 열리자 흥미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누군가가 특정 종목을 지목하면 참여자들이 우르르 따라서 매수를 하는 장면이다.
이들의 행태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자신을 ‘고수’라고 칭하는 사용자가 종목을 추천한다. 추천종목은 하루에 20개 정도였으며, 주로 시가총액이 낮으면서 무언가의 ‘테마주’로 얽힌 종목이 많았다. 추천종목이 제시되면 몇몇이 자신의 매수 사실을 인증하며 변죽을 울린다. 이들은 몇 시간 뒤 제시된 종목 가운데 두어 개가 올랐을 때 호들갑을 떠는 역할도 맡고 있었다. 장이 끝나면 변죽꾼들이 진위여부를 가릴 수 없는 자신의 수익률 화면을 띄운 뒤 ‘고수’를 찬양했다. 이 과정이 매일매일 반복되고 있었다.
우스운 일이었다. 보통 하루에 20개 종목을 추천했고 이 중 2~3개가 올랐다. 흔히 말하는 ‘승률’은 10% 내외에 불과했다. 분명한 사기다. 대화방 참여자 가운데 가끔 누군가가 이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퇴장을 당하거나 스스로 나갔다. 대화방에 새로 들어오는 참여자가 많아서 한두 사람이 이탈하는 것은 그들에게 큰 문제가 아닌 듯 했다. 대화방을 아예 ‘밴드’와 연동한 경우도 있었다. 참여자들의 전화번호를 수집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읽혔다.
우려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각 대화방에서 실제 몇 명의 참여자가 추종매매를 했는지, 그로 인해 어느 정도의 피해가 발생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대화방 규모와 숫자를 고려했을 때 적지 않은 피해자가 있을 것이라는 정도는 가늠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행태가 모두 익명성에 가려져 있고, 현실적으로 마땅한 대응책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과거 일부 주식카페 등의 부작용이 고스란히 옮겨올 공산도 크다.
시장교란행위 감시기관의 실무자에게 이 같은 내용을 말해 봤다. 이런 문화를 알고 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범법행위나 피해규모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 문제는 결국 전반적인 투자문화에 있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시장의 풍문보다 기업가치에 주목하는 투자문화가 정착돼 있다면 생기지 않았을 현상이라는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개인투자자들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