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만원(-1.04%) 하락한 189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1월 23일(190만3000원) 이후 14거래일 만에 190만 원대가 붕괴된 것이다. 삼성물산(-1.57%), 삼성SDI(-0.8%) 등 삼성그룹주도 동반 하락했다.
이날 특검은 이 부회장을 첫 소환(지난달 12일)한지 32일 만에 다시 불러들였다. 특검의 이 부회장 재소환이 뇌물공여 혐의를 뒷받침할 새로운 단서와 물증을 확보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오너리스크는 그동안 해당 기업의 주가에 큰 타격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3년 1월31일 최태원 SK 회장이 횡령 혐의로 구속된 후 SK 주가는 3개월 동안 17만 원대에서 14만 원대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5월부터는 다시 17만 원선을 회복해 리스크가 단기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해 7월1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배임·횡령·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됐을 때도 당시 지주사인 CJ제일제당 주가는 완만한 흐름을 보였다. 2012년 8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구속 수감됐던 한화는 김 회장 구속 전 2만 원 대였던 주가가 이듬해 10월 4만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자금과 횡령 등으로 인해 오너가 구속됐던 SK와 CJ 등 사례를 살펴보면 주가가 단기적인 충격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 주가는 이 부회장이 밤샘조사를 받고 귀가한 지난 1월 13일(-3.45%)과 다음날(-2.1%)까지 연속 하락하며 183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장밋빛 실적 전망이 쏟아지면서 주가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1월 26일 장중 200만 원을 터치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의 특검 출석이 가져올 파장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사례에 기반했을 때 일시적 충격에 그칠 것이란 반응이 대체적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기업 펀더멘털에 따라 움직이는 만큼 오너리스크에 따른 주가 하락은 우려할 수준이 되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하지만 그간 삼성전자 주가를 견인한 또 하나의 축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가 변동성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명 ‘이재용법’으로 불리는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인적분할 시 지주회사가 보유하게 되는 자사주에 분할회사의 신주배정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을 취득하기 위한 자금 부담이 대폭 증가하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이재용 리스크 뿐만 아니라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결과를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단기 주가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